욕받이
- 욕바지 -
욕받이가 된
내 앞에서
원고지가 칸을
찢었다
이름 하나 지키지
못한 이에게 규칙은
사치라며, 점의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지워버렸다
원고지는 지킬 힘이
있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눈물마저 뭉툭해진 이가
무엇을 지키겠느냐며
원고지라는 이름마저 지웠다
원고지는 눈물받이가
아니라고
원고지는 한숨받이는
더 아니라고
원고지는 감정 쓰레기통은
더더 아니라고
더 이상의 모욕은 참지
않겠다며, 가라고 가서
지켜야 할 것은 지키라고
칸을 찢는 힘으로
나를 떠밀었다
원고지는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숨이
살아있는 심장이라고,
욕받이에게도
숨은 있지 않느냐고
아무런 대거리도 못하고
선을 지운 원고지에서
나는 섬이 되어 떠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