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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숨 고리

아가미가 그리운

by 이주형

(시) 숨 고리

- 아가미가 그리운 -


내가 내 숨을 믿지

못할 때 나는 잠영한다


물속에서는

내 숨뿐 아니라

숨이 터진 자리도

숨이 짓는 그리움도

다 볼 수 있다, 그래서


풀 죽은 숨일망정 있는 힘껏

마지막 숨까지 뱉는다, 그러면

지워졌던 아가미에서

새 숨이 고리를 물고

담쟁이처럼 물을 오른다


손을 놓친 손도

뿌리를 잃은 시간도

지문이 지워진 길도

시멘트 아래 새순도

그 고리를 따라 오른다


마지막 고리에 있던

삶의 부레가 물 밖으로

나를 힘껏 밀어 올린다


허공을 오르는 담쟁이를 따라

나는 아가미를 추억하며

시간 속으로 잠영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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