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미가 그리운
- 아가미가 그리운 -
내가 내 숨을 믿지
못할 때 나는 잠영한다
물속에서는
내 숨뿐 아니라
숨이 터진 자리도
숨이 짓는 그리움도
다 볼 수 있다, 그래서
풀 죽은 숨일망정 있는 힘껏
마지막 숨까지 뱉는다, 그러면
지워졌던 아가미에서
새 숨이 고리를 물고
담쟁이처럼 물을 오른다
손을 놓친 손도
뿌리를 잃은 시간도
지문이 지워진 길도
시멘트 아래 새순도
그 고리를 따라 오른다
마지막 고리에 있던
삶의 부레가 물 밖으로
나를 힘껏 밀어 올린다
허공을 오르는 담쟁이를 따라
나는 아가미를 추억하며
시간 속으로 잠영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