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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교육과 햄버거

우리도

by 이주형

독일 교육과 햄버거

- 우리도 -


뭔가 새롭게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의지의 문제만은 아니다. 특히 그 배움이 정규 교육과정이고, 또 기간이 오래 걸리는 과정이라면 더 많은 벽이 생긴다. 그래도 그 배움을 시작한다면 그것 자체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


6월 말부터 자연을 좀 더 알기 위해 새로운 공부에 도전하고 있다. 수료 조건에는 필기시험, 두 번의 실기 시험도 있지만, 매주 이틀씩 출석하는 출석률이 제일 중요하다.


같이 공부하는 분들은 전라도, 경남 등 여러 지역에서 거리를 극복하고 오셨다. 스스로 선택한 수업이어서 그런지 수업에 대한 열의가 매우 높다.


아침에 시작한 수업은 저녁이 되어서야 끝이 난다. 수업 시간도, 수업 강도도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에 버금간다. 그래도 연령대를 불구하고 모두 최선을 다한다.


중간에 점심시간이 한 시간 있다. 비록 대학가이지만 주말, 더군다나 방학 주말에는 문 연 식당을 찾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그래서 같이 공부하시는 분들은 도시락 주문, 집 도시락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나는 주로 외부 식당을 찾아 점심을 먹는다. 문제는 메뉴도 메뉴지만 시간이다.


주어진 시간은 1시간! 식당가까지 가는 시간(10분 내외), 식당 찾는 시간(10분 내외), 다시 강의실 돌아오는 시간(10분 내외) 등을 빼면 식사에 쓸 수 있는 시간은 30분 정도다. 그래서 늘 시간에 쫓긴다.


그러다 한 번은 주문한 음식이 10분을 훨씬 넘어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된 건지 물어보기 위해 종업원을 찾았으나 식당 안에는 손님뿐이었다.


마음이 급해진 나는 식당관계자를 찾아 일어서려고 했다. 입은 머리가 준비해 준 말을 먼저 시작하고 있었다.


"(짜증과 화가 썩인 어조로) 음식 언제 ------?"


그러다 문득 그 상황과 묘하게 겹치는 장면이 오버랩되었다. 그 순간 나는 부끄러운 마음에 평정심을 찾고 아직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은 말들을 꿀꺽 삼키고 다시 서둘러 자리에 앉았다.


부끄러운 마음은 내 시간을 독일 광장 시간으로 돌려놓았다.


"주문한 음식 언제 나옵니까?"


기다리다 기다리다 도저히 안 되어서 우리와 너무도 다르게, 너무도 여유롭게 있는 독일 웨이터에게 물었다. 그러자 돌아온 대답이 너무도 놀라웠다. 아니 그 대답에 나는 너무 부끄러워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독일 국외연수 마지막날!


모든 공식 일정을 다 마치고 공항으로 가기 전에 우리 연수단에는 자유 탐방의 시간이 주어졌다. 연수 동안 많은 도움을 받은 동기와 함께와 버스 탑승 장소 근처에서 가볍게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였다. 점심 식사도 가볍게 먹기로 하고 광장에 있는 노천 식당으로 갔다. 메뉴는 커피와 햄버거!


사람의 고정관념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확인하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햄버거를 주문한 이유는 간단하고 빠르게 나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게 고정관념이었다.


우리가 생각한 식사 시간은 1시간 남짓! 식사를 마치고 차량이 있는 곳까지 여유롭게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역시 그것 또한 오판이었다.


음식을 주문한 지 10분이 지나도 웨이터들은 우리 쪽으로 올 생각을 안 했다. 50분의 시간이 있기에 독일의 햇살을 예찬하며 연수 동안 있었던 에피소드를 서로 이야기하였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눈은 웨이터가 있는 곳에 가 있었다. 습관적으로 시계를 봤다. 20분이 지나 있었다.


이제는 나오겠지 하며 우리는 애써 여유로운 척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서로 눈에 있는 짜증을 보면서 말하는 시간보다 시계를 보는 시간에 더 많은 시간을 들였다.


주문 후 30분! 혹시 우리의 주문이 잘 못 되지나 않았는지 서로 지나는 이야기로 말했다. 분명 우리는 선 결제를 하였다.


35분이 지나고 우리의 인내에 한계가 왔다. 햄버거를 주문했는데, 더군다나 손님도 거의 없는데 35분이 지나도 주문한 음식, 그것도 햄버거가 나오지 않음에 우리는 화가 났다.


그래서 내가 가서 정식으로 항의를 했다, 주문한 음식이 왜 안 나오느냐고! 한국 같았으면 더 많은 말을 했겠지만, 생성형 AI의 도움으로 핵심만 물었다.


휴대전화 화면을 본 웨이터에게서 돌아온 답은 요리를 하고 있다는 간단한 답이었다.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45분이 지나고 웨이터가 두 손 가득 음식을 들고 왔다. 우리가 주문한 것은 햄버거인데, 우리는 요리가 잘못 나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 앞에 놓인 것은 햄버거가 맞았다.


음식을 다 세팅하고 웨이터는 나를 보고 한 마디 했다.


"NO Fast Food!"


너무 부끄러웠다. 그 뒤에 햄버거와 관련한 브랜드 이름이 들렸지만, 나에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 햄버거는 정성을 다해 만드는 음식이었다. 웨이터 말 한마디에서 나는 독일 정신을 보았고, 그것이 독일 교육의 힘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았다.


지금도 내 귀엔 웨이터가 한 말이 계속 메아리친다.


"NO Fast 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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