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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제주 골목에 핀

우리 꽃

by 이주형

제주 골목에 핀

- 우리 꽃 -


담에는 많은 얼굴이

담겨 있습니다


한밤 내 깊은 울음에

갇혔다가도 새벽이면

담은 떨림으로 지지 않는

하루 꽃을 피웁니다


바람이 왜 그렇게 사냐며

심하게 몸밀침을 해도 담은

마음으로 바람을 품습니다

바람이 담의 뿌리가 됩니다


해와 달이 줄기가 되고

가지가 되어 바람의

이야기를 피웁니다


제주 골목을 잇는 담에는

수다스럽지 않은

당신만 잊은 우리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꽃 피는 것보다

더 빨리 떠난 당신은

절대 모를 그 이야기를

은 오늘도 꽃으로

피웁니다


제주 골목에서 담과

오랜 눈맞춤 합니다

담이 마음을 나눠줍니다

담에서 지워지지 않는

당신을 봅니다


내 마음에 다시 정겨운

담이 있는 골목이 자랍니다

세상 어디라도 이어질 골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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