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 가을 행갈이

나무 숨

by 이주형

가을 행갈이

- 나무 숨 -


나무는 가을이면

온몸으로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를

온 마음으로 전한다


그 이야기에는

온 삶을 걸고 산 이들의

숨이 담겨 있다

낙엽은 그 숨이다


한 때 책은 낙엽

박물관이었다

책장마다 숨이

행간을 채웠다


낙엽이 핀 책장을 넘기면

밑줄 그은 당신이 나왔다

가을에는 행갈이를 하는

나무 이야기에 굵은

밑줄을 그었다


나무는 새에게 노래하라

강요하지 않았다


책과 낙엽을 이어 줄 숨이

사라진 지금 나무는 새보다

더 깊은 가을을 탄다


나무와 가을은 행갈이 중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