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멍든 중력

몸멍을 말하디

by 이주형

(시) 멍든 중력

- 몸멍을 말하다 -


나무보다 무거운

나뭇잎을 본다

나무도 바람에

어쩌지 못하는 날

땅을 붙들고 있는

나뭇잎 한 장


그 위로 발자국들 선명하다

바람이 발자국을 걷어내

보지만, 바람이 먼저 지쳤다


일어나려 할수록 밟혔던 시간

치유와 회복은 나뭇잎에게는

폭력이었다


작정한 발아래서는 중력도

어쩌지 못하고 멍들 수밖에

없음을 목격한 나뭇잎이

땅과 하나 된 자리에서 말한다


낮아지고 낮아지면

아무리 무거운 힘이라도

아무리 무서운 힘이라도

받아낼 수 있다고


잎은 이기는 자세를

몸으로 보여주었다


자신의 몸멍은 밟힘의 언어도

절망의 색도 아닌 다만

시간에 단풍 든 것뿐이라고


지구를 붙잡고 있는

나뭇잎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