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그루터기도 아프다

나무의 독백

by 이주형

그루터기도 아프다

- 나무의 독백 -


1월을 건너는

나무가 말했다


겨울나무는 없다고

다만 나무일 뿐이라고

수식어는 나이테의

징검다리라고, 그 다리로

봄 나무가 건너가고

여름 나무가 건너온다고


기꺼이 가을을 털어내는

저 가을 나무를 보라고

그 어디에 미련이 있으며

그 어디에 머뭇함이 있냐고


때로는 움츠리기도 하겠지만

때로는 주저앉기도 하겠지만


잎 나면 잎 지고

꽃 지면 꽃 난다는 것만

잊지 않으면 된다고


제 스스로를 위해

영토를 키우는 나무는

어디에도 없다고


세상 나무의 꿈은

그루터기라고


그루터기도 아프다고

아픔을 견뎌야

그루터기가 된다고

그루터기 위에서 나무는

별도 키우고

바람도 키운다고


별과 바람이 사람들의

처방전이 되는 건

아픔이 성장하는

방향을 알기 때문이라고


1월을 건너는

희망 나무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