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수신 거부

부치지 못한 편지

by 이주형

수신 거부

- 부치지 못한 편지 -


구멍 난 가슴이

우체통인 줄 알고


지나던 바람이

추억을 잃은 나무가 전하는

엽서를 넣습니다


숨죽이던 바다가 홀로 된

수평선이 자신을 떼어 쓴

편지를 부칩니다


눈 붉은 별이

사람 잃은 사람들의

숨 넘어가는 독백을

전보로 보냅니다


우체통 앞에 긴 줄이

생겼습니다, 주소를 보고

놀란 가슴이 서둘러

눈물로 투함구를

봉인합니다


눈물에 찍힌 주소의

수신인은 모두

수신을 거부한

한 사람이었습니다


새들의 다급한 노크가

우체통 앞에 쌓이지만,

한 번 닫힌 마음은

허락을 포기했습니다


우체통을 이고 선 풀들의

창백함이 하늘을 넘지만,

긴 줄을 대표한 새들의

노크 소리는 지칠 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