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바람이 된 까마귀

부정과 인정 사이

by 이주형

바람이 된 까마귀

- 부정과 인정 사이-


까마귀는 바람이

강한 날일수록

울음마저 비우고

더 높이 날았다


노대바람 앞에서 까마귀는

날개를 최대한 활짝 펴고

날갯짓 없이 하늘을 잡고

정물화처럼 바람을 탔다


그 모습에 하늘도

숨을 죽였다


바람에 맞섬이 아니라

바람을 잊고 산 시간을

날려 보내고, 날개에 바람을

다시 입히기 위함이었다


날개가 바람결을

받아들이는 순간

까마귀는 바람이었다

맞섬이 아니라

인정함이었다


바람을 이기려다 결국

손 바람에도 온몸 가득

멍으로 사는 시간


바람이 가장 센 자리를 찾아

자유롭게 바람을 타고 노는

바람이 된 까마귀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