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새끼손가락에 가을 들면

내 비밀번호

by 이주형

새끼손가락에 가을 들면

- 내 비밀번호 -


새끼손가락이

유난히 더 보물인

사람입니다


다섯 손가락

이론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기억은 늘

마지막 손가락으로

연결됩니다


마음이 무너지면

세상 가장 큰 힘으로

받쳐 주었습니다


모든 길이 지워지면

기꺼이 나를 끌어

새길 위에 세웠습니다


그래도 주저앉으면

같이 주저앉아

기다려 주었습니다


유난히 짧은

손가락이지만 끝이

곧 시작임을 알게 한

세상 그 어떤 힘보다

가장 강한 힘이었습니다


지금은 새끼손가락이

풀렸지만, 나는 압니다

마음을 걸고 한 약속의 끈은

결코 끊어지지 않음을


잠을 잃어버린 시간에

그 끈이 또 일으킵니다

그 끈이 또 살라합니다


한 사람 지문이

비밀번호처럼 새겨진

새끼손가락에 다시

가을 등이 켜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