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는 낙타였다

다시, 그래 다시

by 이주형

나는 낙타였다

- 다시, 그래 다시 -


사막의 역사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진

낙타는


처음에는 분명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사막이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처음에는

알지 못했을 것이다


사막의 속도보다

빠른 속도를 가진 낙타는

사람의 손을 타기 전에도

분명 그곳을 떠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키워낸

뿌리가 있는 그곳을

낙타는 등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낙타는 자신도

사막의 속도에 맞춰

사막이 되었을 것이다

사막은 절대 낙타를

길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낙타가 사막에서

넘어지지 않는 것은

낙타의 뿌리가

사막에서 계속 길을

내기 때문일 것이다


사막이 된

사람의 마음에도

낙타가 살 것이다


다만 인정이 사라진

시간을 사는 사람들만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뿐이다


길마다 사막이 속도를 높이고

길마다 얕은 감정의 둔덕에

걸려 넘어져 일어섬을 포기한

사람들이 풀을 덮었다


시든 모래시계에 갇혀

모래 인간이 되어가는 나를

사막을 건너는 낙타가 본다


숨마다 낙타 발자국

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