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아이가 살린 세상

하룻밤의 거짓말

by 이주형

아이가 살린 세상

- 하룻밤의 거짓말 -


멈췄다

베란다 창문을 건너

거실 창문까지 뒤흔들던


아이에게 시골에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잠을

걱정하게 만들던 그 바람이


정말 하룻밤만에

거짓말처럼 멈췄다


아니, 지나갔다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듯이 그 바람이

세상을 휩쓸고 지나갔다


아니, 아니, 받아들였다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온해도 너무 평온한 세상이


거부하지도, 부정하지도

밀어내지도, 비겁하지도

않게 그 바람을 모두 기쁘게

받아들였다


받아들임으로써

나무는 더 곧아졌고,

봄풀은 더 푸르러졌고,

바다는 더 잔잔해졌다


새벽을 뜬 눈으로 건넌 아이가

새벽도 오기 전에 전화기를 들었다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아이의 목소리에서

바다를 품은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그 목소리에 지구가

괜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