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42) 기억의 우물을 긷다

그는 부재 중 (이별)

by 이주형

기억의 우물을 긷다

- 그는 부재 -


그냥 앓고 나을 수만 있다면

평생이라도 앓을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받쳐서라도

박힌 돌과 같은 추억을

한 번에 캐낼 수만 있다면

온몸을 다 도려내도 좋습니다

보기만 해도 아픈 사진을

시원히 찢어버리는 것처럼

내 기억의 페이지를 찢을 수만 있다면

내 기억 전부라도 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울 수도, 도려낼 수도,

더더구나 버릴 수는 더 없다는 것을

아는 마음은 그림자가 만든

길 위 우물에서

함께라는 시간을 긷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