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배지기 소나무
- 이별을 이 별로-
하늘 향해 키를 키우는
소나무도 등과 배가 있어
비바람에 등은 깎이고 맨들거리지만
배는 그 아래로 마른 흙과 햇볕 한 줌 품고
다른 생명들을 키운다
하늘을 이고도 견딜 수 있는 힘,
그 힘은 등과 배를 두고 싸우기보다
스스로 등이 되고
스스로 배가 되는
법을 아는 소나무의 삶
나는 누구에게 등이었던가
나는 또 누구에게 배였던가
새벽 등산길에 소나무에게
등을 잠시 빌려주었더니
그가 그랬던 것처럼
오히려 소나무가
살짝 더 굽혀 준다
그 너른 등에서 그를 향한
숨 한 번 크게 쉬고
다시 혼자인 듯 둘인
시간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