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最愛(최애)' 공원
까를교에서 프라하성을 넘어 황금소로까지 보고 나면 관광객에게 치어 한적한 곳에서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쉬고 싶은 생각이 수십번은 더 든다. 우예즈드(Újezd)는 이때를 위한 최고의 휴식처이자 재충전의 공간이다.
우예즈드는 페트르진(Patřín) 타워를 가거나 프라하성으로 향하는 트램을 타면 자연스럽게 지나갈 만큼 쉽게 접근 가능한 곳이지만 우리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 쉽게 지나치는 곳이기도 하다.
신시가지 광장 쪽에서 22번 트램을 타고 국립극장(Národní třída)을 지나 블타바 강을 건널때쯤 내릴 준비를 하면 우예즈드에 도착한다. 트램에서 내려 뒤쪽으로 돌아보면 계단이 보이고 그 위로 정말 아끼는 우예즈드의 작은 공원이 눈에 들어온다. 봄에는 유럽에서 마주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한 벚꽃길이 열리고 여름에는 햇빛을 피할 수 있는 초록의 자연 그늘과 겨울에는 눈꽃이 피는 나의 프라하 '최애(最愛)' 장소다.
하지만 공원에 올라가기전 우예즈드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꼭 들려야하는 곳이 있다.
공원을 등지고 왼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안젤라또(Angelato)라는 이름의 가게가 있다. 지금은 프라하를 찾는 유럽인들에게 많이 알려졌는지 시간대에 따라 줄을 서야 하지만 왕의 길에 늘어선 수많은 아이스크림 가게 보다 퀄리티가 좋은 프라하 최고의 젤라또 집이니 공원에서의 휴식을 더욱 완벽하게 즐기려면 꼭 맛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제 한 손에 젤라또를 들었으니 공원으로 올라가보자. 생각보다 작은 규모에 실망할지 모르지만 한적한 공원 벤치에 앉아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달달한 젤라또를 먹다보면 어느새 북적북적한 관광지는 잊혀지고 몸이 한결 가벼워 지는 느낌이 든다.
한없이 평온하기만 할 것 같은 공원이지만 한쪽에는 특별한 동상들이있다. 흡사 좀비를 형상화 한 것 같고 기괴한 동상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이것들은 공산 정권하에서 무자비하게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는 의미있고 엄숙한 추모비다. 정식명칭은 공산주의 희생자 추모비(Pomník obětem komunismu)로 체코 조각가 올브람 조우베크(Olbram Zoubek, 1926~)의 작품인데, 공산 주의 정권 아래서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체코의 국민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바닥에 있는 금속띠는 체코 공상 정권의 만행이 체코어로 새겨져있다. 과거를 잊지 않고 극복하려는 체코인의 의지가 느껴지는 조각품이지만 때때로 공산 주의자들의 타겟이 되어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동상을 뒤로 한채 벤치에 앉아 쉬다 먹다보면 어느덧 여행의 피로는 잊혀지고 햇살의 나른함과 마음의 나긋함이 생긴다.
봄에는 벚꽃을 보며 프라하의 봄을 즐기고 여름, 가을에는 신선한 공기를 즐기며 겨울에는 눈꽃송이가 한가득 피는 우예즈드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다보면 어느새 이곳에 동화되어 바쁜 일상은 뒤로 한채 유럽의 여유를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