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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선규 Mar 31. 2016

로맨스의 시작, 카를교 #2

카를교의 전설

카를교는 정말 많은 전설들이 존재한다. 그중 카를교의 건축 이야기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카를교의 전설


 프라하에 블타바 강을 가로지르는 첫 다리가 놓이기 전까지는 강바닥이 얕은 몇 군데에서만 강을 건너는 것이 가능했다. 옛 고서에 따르면 신화 속의 왕자인 크르즈소미슬(Křesomysl)이 9세기에 만든 거대한 보트만이 이곳을 왕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10세기경에 이르러서야 최초의 목재 다리가 블타바 강에 놓이고 1158년에 최초의 석재 교량이 건설되었다. 프라하에 놓인 500m 길이의 이 석재 교량은 그 당시 중앙 유럽에서 가장 긴 다리였고 아직까지 어떤 기술로 지어졌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그만큼 당시 프라하 시민들은 이 다리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후에 이 다리의 이름은 블라디슬라브 2세(Vladislav II)의 부인 유디타(Judita)의 이름을 따 유디타의 다리(Juditin Most)로 불리게 되었다. 


하지만 1342년의 거대한 홍수로 인해 이 다리는 완전히 유실되었고 이는 프라하에 엄청난 무역 적자를 불러오게 되었다. 이 때문에 당시 로마의 황제이자 보헤미아의 왕이었던 카를 4세는 예전과 같은 석재 다리를 지으라고 강력하게 명령했다. 

카를왕은 왕실의 천문학자를 불러 하늘이 내려주는 날짜를 받게 하였고, 천문학자는 1-3-5-7-9-7-5-3-1 이란 숫자를 얻게 되는데, 이는 1357년 7월 9일 아침 5시 31분(서양은 ddmmyy 순서로 날짜를 표기)을 의미하는 숫자다.


 카를왕은 비투스 성당을 지은 페트르 파를레르즈(Petr Parléř)에게 예술적으로 훌륭할 뿐만 아니라 견고하게 지으라 명령했고 곧바로 공사에 착수했다. 페트르 파를제르즈는 견고한 다리를 만들기 위해 고심하던 중 꿈을 꾸게 되었고 날 계란과 와인을 섞은 반죽을 사용하라는 계시를 받게 된다. 다음날 그는 하늘에서 받은 계시대로 일을 진행하려 했지만 프라하에는 이를 충분히 충당할 만한 계란이 부족했고 결국 왕령에 의해 보헤미아 전역에서 계란을 모으게 된다. 

이때, 프라하에서 북쪽으로 40km 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인 벨바리(Velvary)에서는 계란이 깨질 것이 염려하여 계란을 삶아 보냈는데, 날 계란이 필요해 왕령을 내렸던 프라하에서 벨바리 마을 사람들은 웃음거리가 되었고 몇 세기가 지나도록 체코에는 '벨바리 = 멍청이'라는 뜻이 되었다.

또한 프라하에서 서쪽으로 30km 정도 떨어져 있는 운호슈티(unhošť) 마을에서는 날 계란 그대로 잘 보냈지만 쓰임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까닭에 우유와 치즈까지 보내는 우를 범하게 되고 역시 벨바리 마을과 같은 웃음거리가 되었다.


 이렇게 카를교는 보헤미아 각 지방의 도움을 받아 석재뿐만 아니라 와인과 보헤미아의 계란 그리고 운호슈티의 크림치즈까지 들어간 사상 유래 없는 다리가 된다. 하늘의 계시 덕분이었을까? 완공 이후 카를교는 큰 붕괴 없이 500년간 블타바 강을 잇는 유일한 다리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처럼 카를교는 당시 보헤미아 온 국민들의 노력으로 완성되었다. 이 때문일까 카를교 위에는 프라하 가톨릭의 동상부터 프라하 시민들이 존경했던 얀 네포무츠키 성인까지 각종 동상들이 놓여있으며, 로맨스에 관한 이야기와 건설 신화를 포함한 여러 전설들이 많이 전해진다. 

카를교와 프라하 성


 프라하의 카를교는 직접 걸어본 사람만이 다리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기운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카를교에 발이 닿은 순간부터 펼쳐지는 각종 악단들의 노랫소리와 프라하 성을 배경으로 키스하는 연인들, 멀리서도 화려하게 반짝이는 루돌피늄과 프라하 국립극장의 황금빛을 뒤로한채 프라하 성에 이끌려 걷다보면 어느덧 카를교 끝에 다다른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카를교의 악단

 하지만 정말 카를교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프라하 성 조명이 꺼지는 12시 55분 이후, 맥주 한 병을 손에 들고 천천히 걸어보자. 

그 시간, 그 장소가 바로 만남과 로맨스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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