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을 위한 위로 동화
우리 집에는 아주 사랑스러운 소년이 살고 있습니다. 그 소년도 가끔은 슬픔에 빠진다고 합니다. 어른들은 그 슬픔을 숨기려 애쓰지만 아이는 위로가 필요하다고 정확하게 표현합니다. 그럴 때면 다리에 눕히고는 머리를 쓰다듬어줍니다. 그리고는 엄마표 이야기를 해주곤 합니다. 즉흥적이고 말도 안 되지만 그 시간 자체로 소년은 다시 웃습니다. 그리고 스르르 잠들곤 합니다. 이야기는 늘 흐지부지 끝나지만 가끔은 끝을 맺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렇게 오늘은 소년을 위한 위로 이야기를 공기에 띄워 보내려고 합니다.
잠자리가 떠나고 또다시 혼자가 되었어요.
매일 그랬던 것처럼 바람과 잔물결과 놀았지만 예전만큼 신나지 않았어요.
‘나도 날개가 있다면 좋을텐데. 습지 여기저기를 날아다니며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고, 또 듣고 친구를 만들텐데. 이렇게 아무것도 못하는 내가 너무 한심해’
여전히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고 조용한 낮과 밤이 계속되었어요.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요. 어느 날 아침 눈을 뜨자 몸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느꼈어요.
“왜 이러지?”
몸이 부풀고 단단히 잘 감싸있던 것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때였어요. 큰 바람이 휘몰아치더니 순간 몸이 하늘로 떠올랐어요. 바람이 움직이는대로 둥실둥실 떠다니게 된 거예요.
“오~~ 내가 하늘을 날고 있어!”
하늘을 날고 있는 스스로 발견한 애기부들은 흥분되었어요. 잠시 무서웠지만 이내 바람에 떠다니는 기분을 즐길 수 있게 되었어요.
‘아! 저기가 잠자리가 말한 곳이구나. 아! 저 새가 큰고니구나! 잠자리가 말한 것처럼 아주 크고 아름답구나. 저런 큰고니가 내 머리 위에 있다고 말했으니 잠자리가 웃을만했어.’
잠자리와 나눈 이야기와 그때 일을 생각하니 웃음이 터져 나왔어요.
“이곳은 엄청 크구나! 날아가도 끝이 없네. 잠자리가 이야기해 준 그대로야! 정말 신기해. 야호~ 이렇게 날아서 잠자리를 만나러 가면 좋을 텐데, 잠자리는 안 보이는구나. 저 아래 반딧불이 마을이 있다고 했지? 그곳에 가서 물어봐야겠어. 그곳에서는 잠자리를 알 거야.”
바람은 애기부들을 안고 반딧불이 마을까지 데려다주었어요. 이미 어둑어둑해진 마을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어요.
‘모두 잠든 모양이네. 반딧불이는 어디 있지?’
“반딧불이야~ 반딧불이야!”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었어요. 그때였어요.
“거기 누구야?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잖아!”
나무 안쪽에 매달려 있는 나뭇잎 조각이 말을 했어요. 깜짝 놀란 애기부들은 몸을 저만큼 뒤로 날아 올리며 나뭇잎 조각으로부터 떨어져 앉았어요. 그리고 용기를내어 물어봤어요.
“나는 저 위에 습지에서 사는 애기부들이라고 해. 난 반딧불이를 만나러 왔어. 혹시 반딧불이가 어디 사는지 안다면 알려주겠니?”
나뭇잎 조각은 ‘바스락‘ 작은 움직임을 내더니 퉁명스럽게 물었어요.
“반딧불이는 왜 찾아?”
애기부들은 잠자리를 만났던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그래서, 나는 잠자리를 찾으려면 반딧불이를 꼭 만나야 해. 그래야 잠자리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 거야”
이야기를 듣던 나뭇잎 조각은 움직임이 좀 더 커지더니,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아! 네가 그 애기부들이구나! 우리도 너를 알아! 잠자리가 이야기해 줬어. 저기 어두운 습지에서 혼자 있다고 우리 보고 자주 놀러 가봐 달라고 했어. 그런데 우리도 곧 잠을 자야 할 시기라 가지 못했지만 말이야”
나뭇잎 조각의 이야기는 여러 가지로 놀라웠어요.
‘이 나뭇잎 조각이 무엇인데 내 이야기를 했을까?, 나뭇잎 조각이 어떻게 나를 보러 놀러 올 수 있지? 잠자리가 어디 있는지 아는 걸까?’
온몸을 부르르 떨며 머릿속을 정리해 보려 노력했어요. 그때, 나뭇잎 조각이 다시 말을 걸었어요.
“ 너, 지금 이해가 잘 안 되는구나! 그럴 것 같아. 내가 천천히 설명해 줄게. 난 네가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처럼 그냥 나뭇잎 조각이 아니야. 반딧불이가 되기 위한 번데기야. 번..”
애기부들이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질문했어요.
“반딧불이면 반딧불이지 반딧불 번데기는 뭐야?”
반딧불이 번데기는 불편한지 헛기침을 하고서는 말했어요.
“내가 전부 이야기해 줄 테니 내가 말하고 있는데 끊지 말라구! 까먹었잖아.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아, 번데기. 우리는 네가 아는 그 반딧불이가 되기 위해서 몇 번의 변신이 필요해. 네가 지금 소시지 같은 부들에서 깃털 같은 부들이 된 것처럼 말이야.”
애기부들은 나뭇잎 조각이 참 이야기를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떠오르는 몸을 누르며 열심히 이야기를 들었답니다.
“알, 애벌레, 번데기를 거쳐 반딧불이가 돼. 그럼 그때는 예쁜 불을 배에 넣고서 여기저기 날아다닐 수 있지. 그래서 그때가 되면 너에게 놀러 가려고 한 거야. 지금의 모습이 아니란 거지! 놀랐지?”
“우와! 대단하다. 난 이렇게 한번 변하는 것도 힘든데 너는 그렇게 여러 번 변신을 하는구나! 그러는 동안 내 이야기를 들었던 거구나!”
애기부들의 반응에 반딧불이 번데기는 으쓱해졌어요. 하지만 애기부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이 재미있었지만 또다시 잠이 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어요.
“나는 다시 잠을 자야해. 아훔...... 그러... 니까”
반딧불이 번데기의 졸음 몰려오는 소리에 불안해져 다시 다급하게 물었어요.
“그래서? 그래서 잠자리는 어디로 갔니?”
움직임이 거의 없어진 반딧불이 번데기는 대답했어요.
“친구들과 떠났을 거야. 그 애들은 다시 오진 못 할 거야. 나중에......”
이야기를 채 끝내지 못하고 반딧불이 번데기는 잠이 들었어요. 그 옆에서 애기부들은 부르르 떨고 있었어요. 바람이 다시 애기부들을 태우고 하늘로 떠올랐어요.
“애기부들아, 조금 전보다 많이 무거워졌구나. 네 몸이 축축해!”
바람이 말을 걸었지만 애기부들은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이야기를 꺼내면 눈물이 더 터져 나와서 땅으로 떨어져 버릴 것 같았거든요.
‘이제, 난 또 혼자야. 이렇게 날 수 있으면 뭐 해. 난 친구도 없는데.’
바람은 슬픔에 찬 애기부들을 원래 있던 자리 근처 바닥에 살짝 내려 주고는 떠났어요. 그렇게 하염없는 시간이 흐른 것 같았어요.
*(금요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