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을 위한 위로 동화
우리 집에는 아주 사랑스러운 소년이 살고 있습니다. 그 소년도 가끔은 슬픔에 빠진다고 합니다. 어른들은 그 슬픔을 숨기려 애쓰지만 아이는 위로가 필요하다고 정확하게 표현합니다. 그럴 때면 다리에 눕히고는 머리를 쓰다듬어줍니다. 그리고는 엄마표 이야기를 해주곤 합니다. 즉흥적이고 말도 안 되지만 그 시간 자체로 소년은 다시 웃습니다. 그리고 스르르 잠들곤 합니다. 이야기는 늘 흐지부지 끝나지만 가끔은 끝을 맺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렇게 오늘은 소년을 위한 위로 이야기를 공기에 띄워 보내려고 합니다.
“나는 잠자리야! 큰고니가 아니고 잠자리야!”
애기부들이 눈물을 뚝 그치고는 잠자리가 된 그것을 한참을 바라봅니다. 그러더니 여태까지 보다 더 온몸을 부르르 떨며 웃기 시작합니다.
“큰 날개를 가졌다고? 커다랗고 동그란 눈? 그게 모야~ 너는 쪼그만 몸에 얇은 날개, 유난히 큰 눈을 가진 거잖아. 그래, 네가 고니 일 수는 없지.”
멋쩍은 듯 잠자리가 이야기합니다.
“내 몸에 비해 큰 날개를 가졌고, 커다랗고 동그란 눈을 가진 게 맞잖아. 난 거짓말하지 않았어! 그만 비웃으라고.”
그렇게 말하고서 잠자리는 힘없이 애기부들 어깨에 내려앉았어요.
“아! 날개를 다쳤다고 했지? 미안해. 내가 가만히 있을 테니 쉬도록 해!”
“고마워.”
“그런데 날개는 어디서 다친 거야?”
“응, 친구들이랑 놀러 왔다가 나 혼자 길을 잃었어. 그런데 잠시 쉬다가 날카로운 억새풀에 베었어. 이렇게 찢어진 날개로는 친구들에게 갈 수도 없고, 오래 날지도 못해서 이렇게 조금씩 날다, 쉬었다가 하고 있는 중이야.”
“힘들었겠구나! 미안해. 그런 줄도 모르고 널 놀렸어.”
잠자리의 이야기를 듣던 애기부들은 너무나 미안해졌어요.
시무룩해진 애기부들에게 잠자리도 같이 사과를 합니다.
“괜찮아. 나도 너에게 못되게 굴었던 걸 뭐. 나도 사과할게. 그런데 여기는 너밖에 없니?”
“응! 꽃창포 아줌마는 지난 태풍에 저기 아래로 쓸려 내려가시고, 개구리밥이랑 네가래도 본지 한참 되었어. 당연히 찾아오는 친구들도 없어. 네가 없었다면 오늘도 난 바람과 잔물결과 하루종일 놀았을 거야. 사실 네가 와서 난 너무 좋아. 날개도 다쳤는데 괜찮다면 여기서 나와 같이 있을래?”
“그래, 내 친구들이 나를 찾으러 오기 전까지 여기 있을게.”
애기부들은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이제는 혼자 놀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런데 잠자리야! 너는 큰고니를 직접 본 적이 있니?”
“사실, 나도 본 적은 없어. 친구들과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들은 이야기로 알았던 거야. 이곳에는 아주 옛날 큰고니들도 많고, 따오기도 살고, 계절마다 새로운 친구들로 활기찬 곳이었다고.”
“그래? 난 나에게 이곳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없어. 그냥 꽃창포 아줌마가 해주던 이야기가 다였는데 꽃창포 아줌마도 예전에 반딧불이가 전해줬던 이야기라고 했어.”
“반딧불이? 나도 알아! 배에 예쁜 불을 켜고서 밤에 여기저기를 날아다니는 그 친구 말하지? 저기 아래 주매마을 주변에서 본 적 있어.”
“네가 반딧불이를 봤다고? 이제 못 오는 줄 알았는데 거기서 살고 있었구나. 너는 좋겠다.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너는 친구들이 많니?”
“응! 우리는 무리 지어서 많이 다녀. 예전에는 이렇게 많지는 않았는데 언제부터인가 아주 많아졌어. 그런데 사람들은 우리가 많아지면 이곳 습지의 생물들이 적어진다고 걱정해.”
“너희가 많아지는데 왜 이곳 친구들이 적어져?”
“그건 나도 잘 몰라. 그냥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어. 우리가 무엇을 잘못한 건지 우리는 몰라. 우리는 그냥 잠자리일 뿐인데, 사람들은 우리가 좋았다 싫었다 그러나 봐. 애기부들! 사람들이 너는 좋아해? 너에 대한 이야기는 나도 들은 게 별로 없어.”
애기부들은 생각에 잠겼어요.
‘그러고 보니 사람을 본 적이 있긴 해. 아주 새하얀 흰머리와 구부정한 등, 한 손에는 그물과 한 손에는 양동이를 들고 여기 물가에 와서는 작은 배를 타고 나갔다가 해질 무렵이면 다시 돌아오는 사람이 있었지. 양동이에 처음 보는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또렷이 기억나.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 사람도 보이지 않았어. 오늘은 어떤 물고기를 잡았나 궁금해하며 그 사람의 양동이를 훔쳐보는 재미도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그 재미도 사라진 지 오래였구나.’
한참 전에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어요.
“사람들은 여기에 더 이상 오지 않아. 그래서 내 이야기를 전해줄 사람도 없었을 거야.”
“그랬구나. 나중에 내가 다시 밖으로 나가게 되면 너에 대해 이야기해 줄게. 그리고 너를 만나면 애기부들이라 불러달라고 말해둘게.”
잠자리는 그동안 많이 외로워했을 애기부들에게 뭔가 힘이 되어 주고 싶어 졌어요. 그래서 그동안 습지와 주변마을을 돌아다니며 보고 들은 이야기를 해주기로 결심했어요. 그렇게 한동안 둘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답니다.
습지 초입에도 갈대, 줄, 창포가 많았지만 지금은 마름과 자라풀이 뒤덮여서 볼 수가 없다는 이야기.
애기부들이 있는 얕은 벌 말고도 나무벌, 모래벌도 있고 꽤 깊은 물웅덩이도 많다는 이야기.
천둥오리, 따오기, 기러기, 큰고니도 놀러 오고 이런 예쁜 새들을 보러 많은 사람들이 놀러 온다는 것을 이야기해 줬어요.
반딧불이 마을에는 해마다 반딧불이 축제가 열려서 많은 아이들의 환성이 온 마을에 퍼지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전해줬답니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죽은 수초들이 쌓여서 다른 수생물들이 살 수 없게 되고, 찾아오는 생물들과 사람들이 적어져서 걱정이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전해주었답니다.
이야기를 듣던 애기부들도 걱정이 되었어요. 자기가 혼자가 된 것처럼 나중에 이곳 전체가 아무도 찾지 않는 외로운 곳이 되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에 무서워졌어요.
“잠자리야. 너는 그래도 마음대로 날아다니며 이곳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잖아. 나중에 친구들에게 가면 내 이야기뿐만 아니라 이곳 이야기도 전해줄래? 나는 지금 잠자리 네가 있어서 외롭지 않지만 너와 같은 친구도 찾지 않는 곳에 있는 다른 친구들은 너무나 슬프고 외로울 것 같아. 이곳에 많은 친구들이 찾아올 수 있게 부탁해!”
잠자리는 애기부들의 간절한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어요. 그리고 잠자리는 더 오래 있을 수가 없었어요. 저 멀리 잠자리를 찾는 친구 잠자리들이 왔거든요.
“나는 너와 여기서 더 지내고 싶지만 나도 내 친구들과 함께 해야 살 수 있어. 그래서 지금 떠나야 해. 내가 네 부탁대로 많은 친구들에게 너와 이곳 이야기 전해줄게!”
“응. 고마워~ 잘 가.”
* (월요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