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을 위한 위로 동화
우리 집에는 아주 사랑스러운 소년이 살고 있습니다. 그 소년도 가끔은 슬픔에 빠진다고 합니다. 어른들은 그 슬픔을 숨기려 애쓰지만 아이는 위로가 필요하다고 정확하게 표현합니다. 그럴 때면 다리에 눕히고는 머리를 쓰다듬어줍니다. 그리고는 엄마표 이야기를 해주곤 합니다. 즉흥적이고 말도 안 되지만 그 시간 자체로 소년은 다시 웃습니다. 그리고 스르르 잠들곤 합니다. 이야기는 늘 흐지부지 끝나지만 가끔은 끝을 맺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렇게 오늘은 소년을 위한 위로 이야기를 공기에 띄워 보내려고 합니다.
“할아버지! 빨리 와요! 물고기 내가 다 잡을 거란 말이에요”
시끄러운 말소리와 철퍽 거리는 소리에 쉴 수가 없는 애기부들은 눈을 떴어요. 저 앞에 매어져 있던 나무배에 언젠가 보았던 그 새하얀 머리의 사람이 있었어요.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굽어진 허리 정도의 키에 눈이 똘망 똘망한 아이도 보였어요. 얼마 만에 보는 사람인지 흥분된 마음에 온몸을 띄워보려 했지만 되지 않았어요. 배는 떠났고 할 수 없이 기다려 보기로 했어요.
해가 어둑어둑해지려 할 무렵 배가 다시 돌아왔어요. 그물망은 새하얀 머리에 어른 사람이, 양동이는 작은 아이 사람이 끙끙 거리며 들고 오고 있는 게 보였어요.
양동이 안이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온몸은 꼿꼿하게 세우고 작은 아이가 옆을 지나가기만을 기다렸어요. 드디어 아이가 애기부들 앞을 지나가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볼 수 없었어요. 날이 너무 저물어서 양동이 속이 보이지 않았거든요. 실망한 애기부들은 고개를 떨구고 있었어요.
그때였어요. 반짝이는 불빛들이 애기부들 옆을 가득 에워쌌어요. 그 순간 사람아이가 소리쳤어요.
“할아버지! 반딧불이예요! 엄청 많아요!”
저만치 가던 아이는 걸음을 돌려 애기부들 앞으로 왔어요. 덕분에 애기부들은 양동이 안 물고기를 실컷 구경할 수 있었어요. 그러다가 아이의 눈과 마주치게 되었어요. 반딧불이의 불빛에 비친 아이의 눈은 너무나 밝게 빛나고 있었어요.
‘아! 이렇게 예쁜 눈도 있구나!’
잠시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아이는 애기부들을 작은 손으로 살며시 끌어안고 속삭였어요.
“나는 네가 누구인지 알아! 우리 동네에도 너의 친구들이 많이 있어. 잠자리가 항상 너의 친구들 머리 위에서 논 단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네 이름을 알려주셨어. 애기부들이지? 너는 여기 혼자라서 심심하겠다. 내가 자주 놀러 올게. 안녕~”
그렇게 이야기하고 아이는 이미 어둑해진 저 편으로 뛰어갔어요. 애기부들은 그제야 제 몸을 다시 보았답니다. 깃털 같던 몸은 다시 예전의 그 모습 그대로 돌아와 있었어요. 그리고 머리 위에는 잠자리 대신 반딧불이 놀고 있었어요.
“잠자리야! 너는 나와의 약속을 잊지 않았구나. 그 덕분에 나는 외롭지 않은 애기부들이 되었어. 친구가 있으면 이렇게 행복한 것이구나! 나도 이제는 울고만 있지 않을게. 곧 나는 또 날아오를 거야! 그럼 더 멀리 가서 여기 이야기를 할 거야. 그렇다면 더 많은 친구들이 놀러 오겠지?”
애기부들은 이미 별빛 아래 저편으로 사라진 아이의 뒷모습을 향해 몸을 흔들었어요. 그리고 말했답니다.
“내일 또 놀러 와”
애기부들은 오늘도 습지 어디에선가 아님 우리 더 가까이에 날아와서 부르르~ 부르르~ 떨고 있을 거예요. 그러면 이야기해 주세요.
“애기부들아! 난 너를 알아! 잠자리가 알려줬거든. 또 힘차게 날아. 널 찾으러 또 놀러 올게!”
-끝-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