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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원 Sep 09. 2024

14. 공기 위로(慰勞)_부들 날다(1)

소년을 위한 위로 동화

 우리 집에는 아주 사랑스러운 소년이 살고 있습니다. 그 소년도 가끔은 슬픔에 빠진다고 합니다. 어른들은 그 슬픔을 숨기려 애쓰지만 아이는 위로가 필요하다고 정확하게 표현합니다. 그럴 때면 다리에 눕히고는 머리를 쓰다듬어줍니다. 그리고는 엄마표 이야기를 해주곤 합니다. 즉흥적이고 말도 안 되지만 그 시간 자체로 소년은 다시 웃습니다. 그리고 스르르 잠들곤 합니다. 이야기는 늘 흐지부지 끝나지만 가끔은 끝을 맺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렇게 오늘은 소년을 위한 위로 이야기를 공기에 띄워 보내려고 합니다.


            

‘부르르, 부르르’



“그만 좀 부르르 떨어!”


바람에 몸을 맡기고 누웠다가 일어섰다가, 또 잔물결에 몸을 맡기고 온몸을 부르르 떨다가, 또 철새들 푸덕임에 여기저기 부대끼며 비벼 대느라 정신없는 애기부들에게 누군가 소리쳤어요.


“어? 어디서 나는 소리지?”


주변을 두리번거렸어요. 그런데 아무도 보이지가 않았어요.


“내가 잘못 들었나?”


애기부들은 바람소리를 잘못 들었나 보다 생각하고 다시 부르르 떨며 놀기 시작했어요.

그때였어요.


“이것 봐! 너! 그만 좀 떨라고. 내가 어지러워 가만히 붙어 있을 수가 없잖아!”


이번에는 분명하게 들렸어요.


“누구야? 누가 소리치는 거니? 어서 나와 봐!”


애기부들은 처음과 같이 주변을 한참 두리번거리며 이야기했답니다. 그래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또다시 부르르 떨려는 순간이었어요.


“어이~ 거기 아래! 위라고! 너의 머리 위에 있다고!”


그랬어요. 머리 꼭대기 위에 얇은 날개를 축 늘어뜨리고 위태롭게 매달려있는 것이 있었어요.


“너는 누구니? 왜 내 머리 위에 있는 거지? 아니, 왜 내 머리 위에 있으면서 나에게 소리치는 거야?”


왠지 모르게 억울한 생각이든 애기부들은 자기 머리 위를 향해 이야기했어요.


“어차피 내가 있는 줄도 몰랐잖아. 조용히 있다가 가려했는데 네가 너무 떨어서 어쩔 수 없이 소리친 거라고. 날개를 다쳐서 오래 날 수가 없어. 잠시만 있다가 갈 테니까 그때까지만 얌전히 있어줄 수 없겠니?”


힘없이 말하는 머리 위에 그것에게 더 이상 화를 낼 수가 없었어요. 그래도 누가 머리 위에 있는지 너무 궁금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요.


‘날개를 다쳤다고? 올봄에 다녀간 나비인가? 아니야 봄은 이미 한참 전에  지나갔어. 내년 봄에나 다시 온다고 했는데, 그럼 누구지?  날개가 있다면 아! 창포 아줌마가 가끔 이야기하시던 큰고니일까?
커다란 날개와 하얀 털, 그리고 동그란 눈을 가지고 있는 예쁜 새가 있다고 했어. 예전에는 이맘때면 다녀가기도 했다고 했어!  그래 큰고니일 거야! 물어볼까? 아니야. 목소리가 힘들어 보였는데 또 귀찮게 하면 싫어하지  않을까? 그래도 너무 궁금한데, 한 번만 더 물어보자!’


몇 번이고 고민하고 큰 한숨을 쉬고서야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저기, 있잖아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될까? 너는 혹시 커다랗고 예쁜 날개와 동그란 눈을 가졌니?”


머리 위에 앉은 그것은 자기의 몸을 이슬에 비춰봤어요.


“커다란 날개? 그렇지! 이 정도면 아주 큰 날개지. 동그란 눈? 당연하지! 내 눈은 나와 비슷한 친구들 사이에서 빠지지 않는 예쁜고 동그란 눈을 가졌어.”


언제 힘들어했었냐는 듯 약간은 거만한 말투로 대답했어요.


그 순간,

물속에 뿌리를 박고 서있는 애기부들은 크게 원을 그리며 깔깔 웃기 시작했어요!


“그래! 내 생각이 맞았어! 너는 큰고니구나! 창포 아줌마가 나는 아마 볼 수 없을 거라고 했는데 아줌마가 틀렸어. 내 머리 위에 고니가 왔다고!  안녕 고니야!”


정신없이 웃으며 움직여대는 애기부들에게서 그것은 깜짝 놀라 날아오르더니 다시 애기부들 앞에 섰어요. 그리고는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어요.


“내가 큰고니라고? 우하하~ 이히히~ 너는 큰고니가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이 없구나! 내가 정말 큰고니였다면 너는 이렇게 서 있지도 못한다고. 저기 물아래 친구들과 인사하고 있어야 했을 걸! 으하하~ ”


애기부들을 놀리며 뱅뱅 돌던 그것은 웃음을 멈추지 않았어요. 애기부들은 울먹울먹 울기 시작했어요.


“으아앙~ 으아앙”


“야! 왜 울어! 나는 그냥 이야기를 해준 거라고. 울지 마. 울지 말라고. 나는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본 적이 없단 말이야. 뚝!”


계속 달래어보지만 쉽사리 울음을 그치지 않아서 안절부절못하던 그것은 결심한 듯 소리칩니다.



*(금요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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