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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재소녀 Apr 01. 2020

항공사 직원의 휴직

회사의 위기가 나의 위기가 되지 않기를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생각은 늘 해왔지만 요즘은 더더욱 견고한 사람이 되고 싶다. 


코로나로 인해 타격을 받지 않은 업계가 어디 있을까. 모든 업계가 계획에 없던, '전염병'이라는 상상 하지도 못한 변수로 인해 영향을 받고 있을 것이다. 심지어 주문이 증가해서 좋을 것 같았던 온라인 배송 업체도 갑자기 늘어난 배송량이 되려 적자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한국경제, '코로나 19 특수' 쿠팡의 딜레마… 주문 폭증에 매출 늘었지만 적자도 눈덩이) 


검색 알고리즘 탓인지, 아니면 정말로 뉴스 채널이 항공사 이슈를 자주 다루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연일 항공사 관련 기사만 보인다. 이대로 가면 5월 내에 전 세계 대부분의 항공사가 파산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기사에 걸맞게 이미 영국의 최대 지역항공사인 플라이비가 파산했다. 게다가 국내 항공사인 이스타항공을 포함 해 전 세계적으로 약 64개 항공사가 당분간 비행기를 띄우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경제, "전 세계 항공사 5월 말 연쇄 파산 우려"…美업계, 500억弗 긴급요청 / Business insider, 64 global airlines have completely stopped flying scheduled flights…) 


항공사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국내 항공사나 외항사나 사정은 마찬가지다. 아니, 그나마 김포-제주 노선이라도 운항하는 한국이 더 나아 보인다. 내 코가 석자인 상황이지만 외국 항공사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 친구들의 이야기는 더욱 걱정스럽다. 아무래도 회사에서는 외국인보다는 자국민을 챙기기 마련이니까. 





어려운 회사 사정에 맞추어 나 또한 4월부터 한 달간 휴직을 한다. 3월 31일, 자리를 정리를 하고 나왔다. 챙겨 올 짐은 많지 않았다. 휴직 기간 동안 봐야 할 서류 몇 장, 비타민 그리고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간식거리들. 몇 안 되는 짐을 가지고 나오는 기분이 참 이상했다. 회사가 어려워서 잠시 쉬는 것인데 퇴사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생각이 많아졌다. 그렇다. 항공사의 위기에, 회사의 위기에 내가 흔들리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예상치 못한 한 달 간의 시간이 주어졌다. 휴직 기간 동안 엄청난 걸 해내고 싶은 게 아니다. 나를 채우고 견고하게 만드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휴직을 '했기 때문에' 일상을 잃고 나태해지는 것이 아니라 휴직을 '한 덕에' 조금 더 현명해질 수 있는 값진 경험과 지식을 쌓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휴직 첫 날인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6시 30분에 눈을 떴다. 그리고 책상 앞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말 그대로 전염병이 창궐하여 모두가 힘든 때다. 하지만 나에게는 항공사 기사가 뜰 때마다 나를 걱정해주는 친구들이 있고, 회사의 힘듦을 함께 위로하는 동료와 나를 아껴주는 가족들이 있다. 


온 지구가 아파하고 있지만 분명히 이 시기는 지나갈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이 시간이 지나간 뒤에 우리네 삶은 많이 달라져있을 것이다. 지금도, 다가올 미래에도 흔들리지 않는 개인이 되기 위한 방법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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