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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재소녀 May 31. 2020

뉴스 끊기


최근에 흥미로운 책을 읽었다. '뉴스 다이어트(뉴스 중독의 시대, 올바른 뉴스 소비법)' 독일 작가 롤프 도벨리(Rolf Dobelli)가 쓴 책인데 제목 그대로다. 음식이 주변에 넘친다고 무분별하게 먹지 않듯이, 쏟아지는 뉴스도 필요한 것만 선택해서 가려 읽고 보라는 내용이다. 불필요한 뉴스 소비는 지식의 확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중대한 뉴스는 생각보다 적다. 뉴스 중독을 끊고 개인의 전문성을 향상 시킬 수 있는 정보에 집중하는 것이 삶에 더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 작가의 주장이다.


뉴스 소비에 대한 작가의 통찰력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뉴스를 소비해왔나. 아침 출근길에 뉴스를 읽는건 일상이 되었고 시간이 날 때마다 어플을 키고 뉴스를 봤다. 자세히 읽는 뉴스도 가끔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뉴스는 헤드라인만 읽고 넘긴다. 밤이 되어도 뉴스 소비는 끝나지 않는다. CNBC, CNN 알람을 켜놓고 속보가 올 때마다 뉴스를 먹었다.


작가의 말처럼 뉴스를 보면서 세상을 알아간다고 생각했다. 국내/외 뉴스를 모두 읽으면 글로벌 인재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뉴스를 읽었다고 해서 내가 진짜로 세상에 관심이 있었던 걸까? 사건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내 생각을 정리해서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 부끄럽지만 답은 전혀 아니다. 사람들과 대화할 때 '아 그런일이 있었죠. 기사 봤어요' 라고 말하는게 다였다. 그리고 그게 내 지식이라고 착각했다. 깨어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뉴스를 끊었다고 말할 때마다 다음과 같은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당신은 빈곤과 전쟁으로 인한 세상의 고통에 아무런 관심도 없고 동참하지도 않는군요" (생략) 매체 소비를 통한 관심과 참여는 일종의 거대한 자기기만이 아닐까? 진정한 동참은 행위를 통해 이루어진다.
- 당신이 가진 건 '세계시민'이라는 환상


지금까지 다수의 어플과 이메일 구독 서비스를 통해서 수많은 뉴스를 소비했었다. 책을 다 읽고나서 핸드폰에 있는 모든 뉴스 알람을 끄고 구독하던 이메일도 수신거부했다. 유의미한 정보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딱히 기억나는 건 없으며 인생에 대단한 영향을 주었던 기사는 단연 없다. 나에게 필요한 정보가 있었다면 뉴스 알람이 아니었더라도 직접 찾아 읽었을 것이다.


뉴스 알람을 끄고 나니 주의가 분산되는 일이 적어졌다. 부정적인 뉴스를 보고 심장이 덜컹 내려 앉는 일도 줄었다. 작가의 말대로 꼭 알아야 하는 정보는 신기하게도 주변에서 알려주었다. 그리고 필요한 기사는 내가 직접 찾아 읽었다. 관심이 있는, 예를 들어 전세계 항공사들의 운영 상태라던가 나라들이 국경을 여는지 여부 등의 정보는 알람이 필요 없었다. 남이 알려주기도 전에 기사를 찾았다.


알람을 끈다고 해도 완전히 뉴스를 끊는 것은 불가능하다. 뉴스는 우리 삶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다. 의식하기 시작하니 주변에 넘쳐나는 뉴스가 보인다. 대중교통을 타도 뉴스가 나오고 회사 주변에 설치된 TV에서도 뉴스가 흘러 나왔다. 매일 쓰는 카카오톡도 채팅 창 바로 옆이 #뉴스 다. 다른 페이지를 첫번째 페이지로 설정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첫페이지는 개인이 변경할 수 없었다. 무심코 누르면 순식간에 5~6개의 뉴스 헤드라인을 한번에 접하게 된다.



작가의 견해와는 조금 다를 수는 있지만, 나는 모든 뉴스와 정보는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무의미한 글을 시간과 정신을 소모하면서 쓰는 사람은 없다. 그게 급여를 받기 위한 애정 없는 글일지라도 개인의 노력이 들어간다. 다만, 그 뉴스의 중요성은 소비하는 사람에게 달려있다. 한 문장으로 끝나는 속보든, 순시간에 적어내려간 짧은 글이든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정보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스쳐 지나가는 활자에 불과할 수도 있다.


뉴스의 편식이 정보의 편식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작가는 여기에 대해서 해결책을 제시한다. 일단 소비하는 정보의 폭을 좁혀서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첫번째다. 호흡이 긴 글, 논문과 책처럼 글쓴이의 생각, 깊이있는 자료조사를 통해 쓰여진 글을 읽어야 한다. 그렇게 내면에 단단한 정보를 쌓은 후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를 한다. 개인과 개인이 질문을 통해 서로가 가진 정보를 공유하면서 더 깊은 지식을 쌓아 나간다.


한가지 주제를 중점으로 이야기를 하면 특별히 더 소중한 시간이 된다. 하나에만 집중하면 피상적인 겉핥기가 아닌, 깊은 곳으로 들어갈 수 있다. 점심 식사 상대가 한 가지 주제를 세세히 다루며 대화를 나누면 그 자리에 있는 나 또한 관련 주제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 뉴스 없이 풍요로운 일상을 만드는 법


뉴스를 끊기 전에 생각해 봤다. 정말 끊어도 될까? 가능할 것 같았다. TV를 보지 않아도 사람들과 대화가 되는 내 일상을 보면 그랬다. 연예인도 잘 모르고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도 잘 모르지만 사는데 지장은 없다. 대화할 때 가끔 머쓱해질 때가 오긴 한다. 하지만 대화 주제는 생각보다 무궁무진하며 모르는 정보는 그 자리에서 찾으면 된다. 뉴스도 그렇다. 뉴스 다이어트를 시작한지 이제 일주일 차지만 변화가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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