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기에 같은 학교를 다녔음에도, 졸업 후에야 만나게 되는 인연들이 있다. 학교를 오가며 한 번쯤은 마주쳤을 인연.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었을 수도 있는, 같은 술집에서 한 테이블 건너 앉아있을 수도 있었던 인연. 혹은 같은 교양 강의를 들으며 같은 강의실에 있었을 수도 있었던 그 인연들을 생각한다.
세상에는 아직 만나지 못한, 나의 수많은 인연들이 살아가고 있을 테다. 아직 인연의 끈이 닿지 못해 서로를 모르는 채로 살아가고 있을 앞으로 나의 인연이 될 사람들을 생각한다. 길을 걷다 무심코 스쳐 지나간 사람이 오랜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지구 반대편에서 나와 반대의 시간을 살고 있는 누군가와 직장 동료가 될 수도 있다.
서로의 존재를 모르는 채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나와 타자. 그들도 나를 모르고 나도 그들을 모른다. 삶의 인연이 어떤 방식으로 닿게 되어 낯선 이에서 지인이 되려는 지도.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각자의 삶을 살고 있을 그들에게 사랑을 보낸다. 나를 만나기 전까지, 나와 어떤 형태로든 간의 인연을 맺기 전까지 그들의 삶이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