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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재소녀 Aug 04. 2020

휴직은 휴가와 다르다


휴직은 휴가와 다르다. 에너지를 충전하고 일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끝이 어디인지 모르는 터널 속에 내 의지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 외부의 빛만을 기다린다. 한 달의 휴직이 끝나고 새로운 달을 맞이하며 드는 생각은, 불안감보다도 내 존재 가치에 대한 물음이다.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 있을 때는 생산성이 높든 낮든, 내가 생산하는 가치의 값어치가 얼마이든 간에 무언가 만들어 낸다. 무형의 자산이든 유형의 자산이든, 내 손에서 데이터가 나오고 사람들과의 교류가 있다. 


하지만 휴직은 그렇지 않다. 소비만 한다. 책을 읽는 것도 일종의 소비다. 내면에 쌓아가고 있는 것을 표출할 상대가 없고 소속된 사회가 없으면 내면의 깊이는 무의미하다. 물론 미래가 올 것임을 알기에 완전히 무의미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독서의 시간이 미래를 위한 준비라고 생각하지만 당장 눈앞에 펼쳐진 현실은 소속 없는 개인이다.


앞으로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는 이 휴직의 시간을 무엇으로 채워나가야 할지 의문이다. 다음 달이면 대학원 개강을 한다지만, 또다시 온라인 강의로 이어진다면 과연 내가 대학원생이라는 소속감을 느낄 수 있을까? 소속감이 인간에게 주는 효용이 이다지도 큰지 알지 못했다. 안정감과는 다른 느낌이다. 내 존재의 증명을 원하는 것 같다. 나 여기 있어요. 나 사회인이에요 하는.


MBTI의 일반화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E와 I의 경계에 있는 나에게 사람들의 부재는 외로움을 낳는다. 종종 만나는 친구들과 지인들의 만남은 행복하고 유의미하지만,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나에게 주는 영향은 작다. 내가 그들에게 기본값이듯, 그들 또한 나에게 기본값이기에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아니다.


내가 생각했던 삶의 방향성이 태어나서 처음 보는 전염병으로 흔들린다. 항공 업계뿐만 아니라 여행 업계, 관광업계가 모두 그럴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고민해야 한다. 휴직은 휴가와 다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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