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재소녀 Aug 12. 2020

술 마신 다음날의 마음


사람들은 보통 술을 마시면 말을 많이 한다. 스스로 말이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술이 들어가면 입이 열린다. 그래서 술자리에는 엄청나게 많은 대화가 오고 간다. 아니 대화가 아니라 독백일 수도 있다. 모두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하게 되는 시간이다. 대부분의 대화는 다음 날이 되면 잊히거나, 누군가만 잊거나 아니면 모두가 기억하게 된다.


술자리에서는 모두가 가족이고 세상에서 제일 친한 친구다. 호형호제하고 도원결의를 맺는다. 친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고민을 털어놓는다. 1년, 2년 정도 지나야 서로에 대해서 알만했을 법한 사실들을, 아니, 시간이 흘러도 절대 알지 못했을 사실들을 알게 된다. 그중에는 몰랐으면 좋았을 법한 비밀도 간혹 있다.


그래서 다음 날 술이 깨고 나면 어색함만이 남는다. 술자리의 친밀함은 현실 관계에 괴리감으로 다가온다. 너무 많은 사실을 알게 되어버린 타인과 너무 많은 사실을 털어놓는 나라는 개인이 남는다. 술은 어색했던 사람과 빨리 친하게 만드는 기폭제가 되기도 하지만 되려 좋게 친해질 수 있었던 사람과 친해질 수 없는 계기를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술은 친한 사람 하고만 마셔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매일의 관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