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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재소녀 Aug 13. 2020

유의미한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유명해진 이유는 뭘까이렇게 두꺼운 책을 사람들이 계속해서 읽고자 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벌써 세번 째 읽는 책이지만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 한다너와 나는 매일을 너와 나로 살아가지만 본질은 알지 못한다며칠 전에 적었던 일기 조차 지금의  생각과 다르다인간은 꽤나생각보다  많이 가변적이다. 나를 끊임없이 탐구한다 해도 나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없다.


우리는 그저 존재할뿐이다. 다른 동물보다 유전적으로 우월해서, 생존에 유리해서 살아남았을 뿐, 우리의 의지로 살아남은 것이 아니다. 삶의 목적도 사피엔스가 만들어낸 일종의 관념에 불과하다. 우리는 목적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 아니다. 이 세상의 그 어느 누구도 우리의 자발적인 의지로 태어나지 않았다. 우리는 세상에 그저 던져진, 태어나게 된 존재일 뿐이다.


책을 읽다보면 인간 존재에 대한 다소 회의적인 태도가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유발 하라리가 인간의 무의미함을 이야기하려고 이 책을 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되려 무의미의 축제에서 의미를 찾는 인간의 유의미함을, 그 중요성을 말하고자 하지 않았을까. 


인류의 역사 속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개인이 있다. 수 만 명의 네안데르탈인이 있고 사피엔스가 있다. 글로 적어내기에는 모자란,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이 지구를 살다 사라진 수 많은 존재들이 있다. 나의 삶 또한 먼 훗날 내가 아닌 밀레니얼 세대, 코로나를 겪은 하나의 세대로 묘사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집단이 아닌 개인으로, 세상의 수많은 우연이 겹치고 겹쳐 생겨난 사피엔스 중 한명으로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사피엔스를 읽는다. 나를 이루고 있는 수많은 유전자의 기원을 이해하고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내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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