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숱하게 다녔던 지난날들이 무색할 만큼, 요즘은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다.
노을을 바라본다.
하늘을 본다.
대조되는 인위적인 불빛보다, 자연의 빛이 더 예쁘다는 건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안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입 밖으로 내뱉으려던 부정의 말들을, 속세의 말들을 삼킨다. 자연 앞에서 지금 내 걱정거리가 한 낱 생각에 불과함을 깨닫는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인간이 만든 아름다움을 묻는다.
인공의 아름다움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무색하게 만들었던 시대도 있었겠지.
온갖 기계로 둘러싸인 요즘은, 그 인공의 인위적인 모습에 지친다. 짧은 순간에라도 눈에 차는 자연이 소중하다. 일 년이 저물어간다.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날, 2020년이 저물어 간다.
해를 매기는 것조차 인간의 일이니, 2021이 되어도 자연은 그대로인 어제, 오늘, 내일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