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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재소녀 Jan 25. 2021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해

인간본성의 법칙, 로버트 그린 (2019)


2020년에 읽은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을 하나 고르라면 망설이지 않고 이 책을 고른다. YouTube에서 우연히 이 작가의 인터뷰를 보게 됐고, 책이 궁금해져서 찾아 읽었다. 우연히 들린 영풍문고에서 수입되지 않던 원서를 아주 저렴하게 팔고 있었다. 원서로도 읽고 번역본도 읽었다. 원서는 원서대로, 번역서는 번역서대로 읽기 쉽게 잘 쓰여있다. 


처음에는 아무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다른 사람보다 더 사람의 본성을 이해하고 조금 더 성숙한 인간이 되고 싶어서. 하지만 누군가 말했듯, 공부 잘하는 법은 세상에 이미 다 나와있지만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극 소수다. 세상에 필요한 지식은 이미 대중에게 오픈되어 있고 접근하기도 쉽지만 정작 그걸 읽고 체화해서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지식도 마찬가지다. 


책은 내가 보기에 완벽하다. 이해하고 삶에 적용하면 좋은 인간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면 곧 까먹는다. 이를테면, 타인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나는 이타적인 사람이다, 라며 부정하려고 해도 인간은 스스로를 모든 생각의 중심에 둔다. Ego(자아)가 아주 강한 자신만을 생각하는 나르시시스트이다. 자존감과 무관하게 말이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타인이 바라보는 나에 대해 무뎌질 법도 한데,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다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책의 구성은 모든 챕터가 유사하다. 인간 본성 한 면이 선명하게 드러난 사례와 작가의 분석이 이어진다. 어느 시기에 읽어도, 어떤 상황에 대입해도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사례가 있다. 요즘 같이 주식 시장이 유래 없이 활발한 때에는 뉴턴의 사례를 읽으면 된다. 아이작 뉴턴, 만유인력을 발견한 그 과학자다. 최근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키워드인 '패닉 바잉', 'FOMO(Fear of Missing out)'가 그 시대에도 적용되었다. 뉴턴은 역사에 길이 남을 과학자이지만 주식 투자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거품이 낀 주식에 추격 매수를 했고 큰 손실을 입었다. 인간의 이성이 하나의 자극에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시대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미래를 예측하는 책을 읽으면 한 순간에 과거는 사라지고 새로운 미래가 올 것 같다. 하지만 늘 그러했듯 역사는 연장선이다. 똑같은 구성원이 있고 삶과 사회는 조금씩 변화해간다. 그래서 인간 본성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부분이 동일한 역사는 없을지라도 인간의 본성과 그에 따른 실수, 성공은 비슷한 모습으로 반복된다. 과거에는 마차를 탔고 지금은 전기차를 타지만, 그 안에 있는 인간은 동일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현명한 삶을 살기 위한 하나의 계단이 되어줄 책이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상대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물론 아무리 해도 안되는 인간까지 내 바운더리에 넣을 필요는 없겠지만 말이다. 작가가 인터뷰에서 말했듯, 이 책의 핵심은 '공감'이다. 타인에 대한 공감.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다. 설령 그럴 수 있는 인간이 있다 하더라도 나는 사람들 속에서 관계 맺고 살아가고 싶다. 좋은 사람들과 말이다. 그런 갈망이 더 많은 사람을 만날수록 더 커진다.


간혹 나에게만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평판이 좋지 못하지만 내 앞에서는 진심을 보여주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 그럴 때면 내가 그 사람의 좋은 모습을 끌어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모든 인간에게는 좋은 면이 있다. 같은 유형의 사람만 만나게 된다면 어쩌면 그 원인은 그런 모습을 드러내게 하는 '나'에게 있을 수도 있다. 타인의 좋은 모습을 이끌어내고 강화시키고 싶다. 타인의 좋은 점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인생도, 그 사람을 마주하는 또 다른 사람의 인생도 좀 더 살만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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