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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재소녀 Jan 26. 2021

두고 두고 읽을 나의 인생 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인생 책이다. 두고두고 읽을 딱 한 권의 책을 고르라면 나는 이 책을 고를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 책을 추천해주기 겁날 때도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을 누군가에게 추천한다는 건, 내 삶과 내 생각을 다 보여준다는 뜻도 된다. 이 책은 그렇다. 내 인생에서 가장 깊게 읽었지만 선뜻 추천해주기 어려운, 그런 조심스러운 책이다. 


주요 등장인물은 네 명이다. 토마시, 테레자, 프란츠, 사비나. 이 네 명 중 누구에게 가장 공감하느냐,라고 누군가가 나에게 물었었다. 대답할 수 없었다. 네 명 중 누구에게 가장 마음이 가느냐는 너의 인생이 어땠느냐,라고 묻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낯선 이에게는, 나를 모르는 이에게는 선뜻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토마시의 마음이 너무 절절하게 이해가 갔었다. 누구를 만나든, 테레자에게로 회귀하는 토마시의 모습에서 아득함을, 먹먹함을 느꼈었다. 토마시가 만나는 여자들에게 토마시의 사랑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 만남 조차 토마시의 의지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그저 자연스럽게 그 여자들을 만나게 된 것일 뿐, 토마시가 사랑을 갈구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토마시의 사랑은 테레자 한 명이니까. 토마시의 인생을 바꾼 사람은 테레자 한 명이었으니까.


한 명에게로 회귀하는 토마시에게서 내 마음이 테레자로 넘어간 것은, 누군가를 만나고 나서였다. 예전엔 그저 토마시의 마음이 이해가 갔을 뿐이었는데, 요즘은 누군가의 테레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처음 그 사람을 마주했을 때, 그 사람의 사랑이 느껴졌을 때, 머리 속으로 나도 모르게 되뇌었다. '당신의 테레자가 되고 싶다, 너의 테레자가 되고 싶다, 너의 사랑이 되고 싶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그 사람의 눈을 보고 있으면, 나를 응시하고 싶어하지만 잘 쳐다보지 못하는 그 사람을 볼 때면, 당신의 테레자가 되고 싶다는 말이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다. 누군가에게로 회귀하던 나의 마음이, 누구를 만나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만의 테레자에게로 회귀하던 나의 마음이 달라진 것이다. 이제는 또 다른 누군가가 회기 하는 대상, 누군가의 테레자가 되고 싶어 진 거다.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 책을 두고 두고 읽을 수 있다. 한 번만 읽기에는 그 감정이 너무 깊다. 역사적인 배경을 다 알고 있다면 더 심도 있게 이 책을 음미할 수 있겠지만, 감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한 마디 한 마디에 인생이 담겨있고 온갖 감정의 저릿함을 느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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