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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재소녀 Jun 30. 2019

4년 차 사원의 회사생활 매뉴얼

갈 길이 멀지만.. 중간 점검


2016년 3월에 입사해서 어느덧 사회생활 4년 차가 되었다. 학생과 직장인의 괴리에서 힘들어하던 것이 까마득하게 느껴질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 첫 번째 회사를 퇴사하며 나만의 회사 생활 매뉴얼을 남겨본다. 이직하는 다음 회사에서도 잘 해내기를 바라며. 

 


1. 인사를 잘하자


인사만 잘해도 반은 간다. 어릴 때 가훈이 인사를 잘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사실 생각만큼 인사를 잘하진 못했다. ‘낯을 가린다’는 핑계 아래 안녕하세요 소리 없이 눈인사만 할 때가 많았다. 신입 때 인사를 잘했어야 하는데 되려 연차가 조금 싸인 뒤로 인사가 능숙해졌다. 인사도 사회생활 습관 중의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이다. 


2년 전쯤 우리 본부에 신입사원이 한 명 들어왔었다. 그 친구는 인사를 참 잘했다. 아주 밝게, 업무를 시작하지 않았는데도 그 친구는 사람들의 칭찬을 받았다. 업무에 실수가 생겨도, 좋게 생긴 첫 이미지는 그 사람의 평판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 워낙 싹싹했기 때문이다. 인사의 힘이다. 아니, 인사가 만들어준 그 사람의 이미지의 힘이다. 



2. 남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사실 이건 득인지 실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나는 어릴 때부터 가십거리에 관심이 없었고 지금도 없다. 좋게 말하면 무던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나와 관련 없는 타인의 삶에 별로 관심이 없다. 회사에서는 말을 아끼고 내 업무만 잘 하자, 이 주의다. 그래서 나에겐 몇몇 소식을 전해주는 파랑새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너무 회사 돌아가는 사정을 모르는 것 같다며 나에게 전화해서 재잘재잘 회사 이야기를 해줬었다. 당연히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재밌긴 한데, 찾아 나서게 되진 않는다. 


남 이야기도 잘하지 않고 말이 나올 행동도 하지 않다 보니 구설수에 휘말릴 일도 거의 없었다. 어쩌다 한번 구설수에 오를 뻔한 적이 있는데,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감사하게도 윗선에서 미리 막아주었다. 그것 또한 내가 남들에게 피해 주지 않는 성향임을 그들이 알았기 때문일 거다. 물론 내 이야기는 내 뒤에서 하니까 내가 잘 모르는 것일 수도 있는데, 적어도 크게 이슈 될 만큼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남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회사 사람과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니, 그만큼 다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일이 생긴다는 뜻일 거다.


Photo by J. Kelly Brito on Unsplash


3. 눈치와 센스는 키우고 또 키우자. 


나는 우리 팀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막내였다. 4년 차 막내의 센스와 눈치는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연스레 키워졌다. 게다가 집에서도 막내이기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눈치 보는 삶은 나의 숙명이었다. 다소 부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한국 사회에서 아직까지 눈치는 필수인 것 같다. (눈치라는 말은 한국에만 있는 단어라고 한다. 실제로 외국인 친구에게 '눈치'의 개념을 이해시키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기억이 난다.) 이런 눈치와 센스는 회사 어른들 뿐만 아니라 대인관계 전체에 좋은 영향을 준다. 


예의바름과 센스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차원의 문제다. 예를 들면, 어른들이(혹은 직장 상사가) 식사하기 전까지 수저를 들지 않는다거나 먼저 일어나지 않는 건 예의를 지키는 거다. 반면에 센스는 누군가 볶음밥을 볶을 때 그릇이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는 것이다. 이런 건 누가 가르쳐줘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 직접 경험으로 키워내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요리조리 눈치와 센스를 키울 생각이다.  



4. 내가 한 일을 기록하자 일별, 월별. 


우리 팀은 팀과 직군의 특성상 팀장님이 상주하지 않았다. 많아야 오피스에 근무하는 날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그래서 내가 매일매일 무엇을 하는지 적어놓지 않으면 팀장님한테 보고하기가 힘들었다. 어떻게 해야 내가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만든 습관이 '기록'이다. 주로 사용했던 건 구글 캘린더였다. 캘린더에 간단하게 내가 뭘 하고, 어떤 회의에 갔는지 적는다. 


내가 한 일을 기록하면 개인적으로는 내가 기억하기 좋고, 업무적으로는 보고하기 편해서 좋다. 그리고 팀장님도 '요새 무슨 일을 하고 있나?'라고 묻지 않아도 팀에서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지금 팀에서 어떤 업무가 진행 중인지 파악하기 쉽다. 또 이렇게 일상을 기록하면 캘린더 자체가 업무 포트폴리오가 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그때 무슨 일이 있었지?'라고 물을 때 찾아볼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이건 어떤 회사에 가든, 어떤 일을 하게 되든 반드시 해야 하는 습관 중의 하나다. 




남들과 경쟁하지 않고 겸손하자는 다짐


회사 생활 연차가 쌓일수록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실수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이성적으로 잘 해내고 싶다. 갑작스레 하게 된 이직과 퇴직은 쉼표 같은 역할을 했다. 여행과는 또 다른 쉼표와 휴식이었다. 새내기 신입사원에서부터 4년 차 사원이 되기까지의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도 지속할 회사 생활에 대한 나만의 그림을 그려보게 되었다. 


오래가는 것들의 비밀의 저자 이랑주의 인터뷰 영상을 보다 배운 것이 하나 있다. 다른 사람, 다른 기업과 경쟁할 이유가 없다는 것.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길에서 타인과의 경쟁은 필요 없다. 이 말이 현실에 안주하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남을 바라보는 경쟁보다 스스로를 보며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사람이 되기를. 이 전의 회사에서 받은 사랑만큼 새 회사에서도 잘 해내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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