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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재소녀 Aug 09. 2019

밤보다 아침이 좋은 이유

올빼미가 있고 일찍 일어나는 새가 있다면 나는 일찍 일어나는 새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초등학교 때부터 엄마가 '일어나야지'라고 말하면 바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흔히들 외친다는 '엄마 5분만!'이라는 말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 사실 늦잠을 자고 싶어도 아침잠이 없어서 잘 수가 없다. 햇살이 내리쬐면 자연스럽게 눈이 떠진다.

출근 시간은 9시다. 통근 시간이 긴 것을 감안해도 6시 30분에 일어나면 충분하다. 그래도 나는 5시 30분에 일어난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그저 아침이 좋아서, 아침 시간을 즐기고 싶어서 일찍 일어난다. 모든 것이 어두운 밤보다는 빛이 떠오를락 말락 하는 새벽의 어스름이 좋다.

아침엔 모든 것이 고요하다.

아침에도 종류가 있다. 5시의 아침, 6시의 아침, 8시의 아침. 모두 다르다. 내가 선호하는 건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고요한 아침이다. 5시 즈음에는 모두가 잠들어 있다. 아파트 단지 내에 불이 켜진 집이 한 두 집뿐이다.

5시 30분에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고 운동을 한다. 운동 중간중간 커피도 내리고 사과도 깎아서 아침 식사를 준비하면 5시 50분 즈음이 된다. 집에, 그리고 동네에 내가 만드는 달그락달그락하는 소리만 있다. 식사 준비가 되면 밥을 먹으면서 노트북으로 일기를 쓴다.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이 아침 30분이 삶에 생각보다 큰 안정감을 준다.

30분 내내 귀에 들리는 건 유튜브를 통해 틀어놓은 피아노 소리와 새소리, (요즘은 매미까지) 그리고 간간히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가 전부다. 이 고요가 좋다. 나와 노트북만 있는, 가끔은 나와 노트와 펜만 있는 이 아침의 고요가 정말 좋다.

아침엔 모든 것이 새로운 시작이다.

즐겨보는 유투버 중에 Emily Didonato라는 모델이 있다. 우연히 보게 된 영상에서 그녀는 아무리 술을 먹고 힘든 날도 반드시 샤워를 하고 잔다고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그 전 날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다고. 술 먹고 지쳐 쓰러졌든, 일에 지쳤든, 깨끗이 샤워하고 일어난 다음 날 아침은 '삭제 버튼'을 누른 것처럼 새로운 시작이다.

나의 아침도 그러하다. 어제의 감정과 어제의 사건들은 과거가 된다. 낮잠을 자는 것과는 다르다. 아침에 일어나면 매일이 처음이다. 매일매일 새로운 날을, 새로운 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아침에 눈을 뜨고 가장 처음 하는 습관은 긍정 가득한 영상을 보고 듣는 거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좋은 말을 계속 들으면 좋은 기분으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말 그대로 긍정의 힘을 믿는다.

비유가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아침을 맞이하는건 비행기를 타는 행위와 비슷하다.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 일상을 내려놓고 비행이 시작된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내리고 새로운 곳에 발을 디디면 새로운 시작이 온다. 나에게 아침은 매일의 시작이다.

아침엔 이성적이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쓸 때 밤에 썼다면 반드시 아침에 다시 읽어 보아야 한다. 밤에는 감성적이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는 감성이 올라온다. 오글거린다고 말할 수도 있고 감정이 녹아들었다고 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감성보다는 이성이 좋다.

아침엔 이성적이다. 아무런 자극이 들어오지 않아서 그런지 잡생각이 없다. 아니 생각 자체가 적다. 전 날 아무리 감정적인 하루를 보냈더라도 눈을 뜨면 머리가 깨끗하다. 잠이 벽이 되어 어제와의 연결 고리를 끊어준다. 그래서 나는 이성적인 아침이 좋다.

하루를 두 개로 나눈다면 오전 오후, 세 개로 나누면 아침 점심 저녁이다. 나에게 하루는 네 부분이다. 새벽, 아침, 오후, 그리고 밤. 오후의 와작 지껄함과 밤 시간의 흥도 좋지만 요즘은 새벽과 아침이 좋다. 많은 것을 해낼 수 있고 새로운 시작이 가능한 매일의 아침이 감사하다.

내일도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다. 오늘이 그러했듯 내일도 내일의 아침이 올 거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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