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깊숙한 내륙, '붉은 회랑(Red Corridor)'이라 불리는 광활한 지역이 존재한다. 이곳은 단순한 지리적 명칭을 넘어, 인도 정부의 통치력이 잘 미치지 못하고 극좌 반군 세력인 '낙살라이트(Naxalite)'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분쟁의 현장을 의미한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이들의 무장 투쟁은 인도 사회의 오랜 골칫거리이자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남아있다. 이들은 누구이며, 왜 인도 정부와 끝나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낙살라이트의 뿌리는 1967년 서벵골 주의 작은 마을 낙살바리(Naxalbari)에서 시작된 농민 봉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토지 불평등과 지주의 착취에 항거하며 시작된 이 운동은 마오쩌둥 사상에 영향을 받아 인도 정부를 전복하고 농민과 부족 중심의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무장 투쟁으로 변모했다. 이들은 주로 개발에서 소외되고 빈곤에 시달리는 아디바시(Adivasi)로 불리는 부족민들의 권익을 대변한다고 주장하며 세력을 확장해왔다.
낙살라이트가 주로 활동하는 지역은 차티스가르, 자르칸드, 오디샤, 비하르, 마하라슈트라 등 여러 주에 걸쳐 있으며, 이른바 '붉은 회랑'을 형성하고 있다. 과거에는 인도 전체 지역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까지 영향력을 미쳤으나, 인도 정부의 지속적인 소탕 작전으로 현재는 그 범위가 상당히 축소되었다는 분석이다. 인도 내무부 자료에 따르면, 낙살라이트 관련 폭력 사건은 2009년 2,258건에서 2021년 509건으로 77% 감소했으며, 사망자 수 역시 2010년 1,005명에서 2021년 147명으로 85%가량 줄어들었다. (자료: 인도 내무부 PIB, 2022년 발표 기준)
하지만 여전히 이들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낙살라이트는 경찰, 군인 등 정부군을 대상으로 한 매복 공격, 주요 사회 기반 시설 파괴, 광산 개발 반대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해당 지역의 개발은 지연되고, 주민들은 폭력과 불안에 노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일례로, 2025년 초 차티스가르와 텔랑가나 국경 지역에서는 대규모 교전이 발생해 다수의 낙살라이트 대원들이 사살되기도 했다.
인도 정부는 낙살라이트 문제 해결을 위해 강경한 군사 작전과 함께 해당 지역의 개발을 추진하는 양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SAMADHAN' 전략 (Smart leadership, Aggressive strategy, Motivation and training, Actionable intelligence, Dashboard Based KPIs and KRAIs, Harnessing technology, Action plan for each theatre, and No access to financing)과 같은 통합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반군 세력 약화를 꾀하고 있다.
동시에 낙후 지역의 도로, 통신, 학교, 의료 시설 등 인프라 구축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개발 사업에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낙살라이트 영향 지역의 이동통신 개선을 위해 수천 개의 이동통신 타워 설치가 계획되었으며, 상당수가 이미 운영 중이다. 정부는 이러한 개발 사업이 지역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고, 낙살라이트의 활동 기반을 약화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도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낙살라이트의 세력은 과거에 비해 크게 위축된 것이 사실이다. 인도 정부는 2026년까지 낙살라이트를 완전히 소탕하겠다는 목표를 공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군사적 대응만으로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해당 지역의 뿌리 깊은 사회·경제적 불평등 해소, 토지 문제 해결, 부족민들의 권익 보호 및 정치적 참여 확대 등 다각적인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십 년간 이어진 피의 악순환을 끊고 '붉은 회랑'에 진정한 평화와 발전이 찾아올 수 있을지는 인도 정부와 사회 전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