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트럼프發 냉기, 인도 내부에서도 커지는 우려

"Hello, Mr. Trump? Hello?"

by Pavittra

요즘 워싱턴을 바라보는 인도 뉴델리의 표정이 요즘 묘하게 굳어 있습니다.


“여보세요, 트럼프 대통령? 들리십니까?”라는 자조가 인도 신문 칼럼 제목에 그대로 실릴 정도죠. 무차별적 관세와 조롱에 가까운 트럼프의 언사, 그리고 파키스탄을 둘러싼 미묘한 기류까지 겹치면서 인도–미국 관계가 ‘견딜 수 있는 파동’을 넘어 ‘경로를 바꿀 수 있는 파열’로 비화하는 분위기입니다.

이건 더 이상 바깥의 과장이 아니라, 인도 내부 언론에서도 공공연히 제기되는 걱정입니다. 설마설마하고는 있지만 말그대로 아슬아슬한 상황입니다.


트럼프와 관계를 우려하는 자조섞인 인도 유력지의 칼럼이 많습니다.


이번 갈등의 시작은 당연히 50%의 무모한 미국의 관세 폭탄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 ‘상호주의 관세(Reciprocal Tariff)’라는 명분으로 각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이 나왔습니다. 백악관 공식 문서의 부속서(Annex)를 보면 인도에는 ‘추가 25%’가 명시돼 있습니다. 한국·일본 15%, 베트남 20%, 스위스 39% 등 국가별 수치가 구체적으로 나열돼 있죠.


그런데 일부 현지 매체에서는 기존 관세와 합쳐 체감 세율이 50%대에 달한다고 보도하면서, “인도에 50% 관세”라는 자극적인 표현이 퍼졌습니다. 공식 문서는 25%지만, 업종·품목별 기본세율과 합산하면 일부 산업에서 체감이 50%대에 이른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변화가 가장 먼저 타격을 준 건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산업입니다. 의류, 보석, 수산물처럼 마진이 얇은 업종은 관세 인상에 바로 가격경쟁력이 무너집니다. 얼마 전 인도 최대의 다이아몬드 가공 산업 지역인 인도 구자라트주에서 수만명의 실직자가 생겼다는 보도도 이어졌습니다. (다이아몬드 가공은 인도의 주요 산업 중 하나입니다.) 미국 바이어들이 생산지를 베트남·방글라데시 등으로 옮기는 시나리오를 검토한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죠. 애플도 중국에서 인도로 제조기지를 옮기고 있었는데 얼마전 미국에 큰 투자 발표를 했지요. 확실하게 예측할 수 있는 미래는 이제 없다고 봐야 할 듯 합니다.


어쨌든 인도 내수시장이 아무리 크다 해도, 장기 제조대국 전략에는 이런 상황은 분명한 역풍입니다.


정치적 발언의 강도도 높아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 경제를 ‘dead economy(죽은 경제)’라 지칭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고, 이에 모디 총리와 인도 중앙은행 전·현직 수장, 주요 경제지가 일제히 반박에 나섰습니다. 양국 정상 간의 신경전이 거칠어질수록 지지층 감정선은 터지기 시작합니다.


안보 이슈도 겹쳤습니다.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 아심 무니르가 두 달 사이 두 번째로 미국을 방문해 대 인도 위협성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인도 외교부는 “핵을 휘두르는 무책임한 언행”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얼마 전 테러를 이유삼아 파키스탄과 국지전을 발생시킨 ‘신두르 작전 (Operation Sindoor)’ 이후 고조된 인도–파키스탄 간 긴장과 맞물려, 워싱턴 공기 자체가 냉각된 셈입니다.


파키스탄과 미국의 만남. 파키스탄은 인도의 적국입니다.

사실 인도 내부의 더 깊은 우려는 ‘채널 부재’에 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트럼프 2기에서 모든 결정은 대통령이 직접 내리는데, 뉴델리의 메시지가 그 한 사람에게 도달하는 통로가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인도는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인도계 디아스포라, 글로벌 테크 생태계, 정치 후원 네트워크라는 강력한 자산이 있음에도 이를 조직적으로 가동하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공화당에 거액을 기부한 인도계 벤처 투자자 아샤 자데자 모트와니조차 “도울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인도 정부의 접촉이 없었다고 합니다.


인도는 미국에서 엄청난 이민자 그룹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정제계 모두 파워가 엄청나지요.


돌이켜보면, ‘중국 견제파가 인도를 지지해 줄 것’이라는 기대나 ‘무역 양보로 대통령의 기분을 풀겠다’는 처방은 지나치게 단순하고 낙관적이었습니다. 오히려 파키스탄 재접근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먼저 튀어나와 인도를 당혹스럽게 했습니다. 이번 국면은 예상하고 대비한 나라가 더 잘 버틴다는 외교의 상식을 다시 한번 확인시킵니다. “그냥 버티면 지나간다”는 말은 이번 라운드에서는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외교는 결국 타이밍과 사람이라고 합니다. 인도–미국 관계의 파고는 높아졌지만, 그 안에서 기회를 만드는 건 채널을 얼마나 빠르고 정밀하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한국 입장에서 이 이슈는 단순한 남의 나라 이야기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도 이런 판 안에서 배우고 얻을게 있겠지요? 우리의 채널은 어떤가요? 미국, 인도, 중국 모두 사람이 중요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잘나가던 인도 증시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