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짜리 '북극성' 동맹의 이면
푸틴 방인(訪印) 타이밍에 터진 3조원짜리 핵잠수함 딜, 이게 단순히 무기 거래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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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팩트부터 정리하자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인도가 러시아 핵추진 공격잠수함(SSN) 1척을 10년간 임대하는 데 약 20억 달러(약 3조원)를 지불하기로 했습니다. 푸틴의 델리 방문 직전에 최종 확정됐다고 하는데요.
인도 정부는 "새 계약 아니다. 2019년 3월에 이미 체결한 계약"이라고 해명했죠. 당시 계약 규모는 33억 달러였고, 원래 2025년 인도 예정이었지만 리퍼비시와 글로벌 상황 때문에 2028년으로 늦어진 겁니다.
잠수함 이름은 '프로젝트 971 슈카-B급'(NATO 코드명 아쿨라급). 인도 해군에선 'INS 차크라 III'로 명명될 예정이고요. 단, 이 잠수함은 실전 투입이 불가능합니다. 조약상 '승조원 훈련 목적'으로만 쓸 수 있거든요.
## 10년짜리 임대가 처음은 아니다
인도는 이미 두 차례 러시아 핵잠수함을 빌린 경험이 있습니다. 1987년 찰리급 'INS 차크라 I'을 3년간 임대했고요. 2012년엔 아쿨라급 'INS 차크라 II'를 10년간 빌렸죠. 약 9억 달러를 냈습니다.
왜 이렇게 계속 빌릴까요? 인도는 자체 핵잠수함 개발 프로그램(ATV 프로젝트)을 진행 중이지만 시간이 걸립니다. 현재 탄도미사일 핵잠수함(SSBN) 'INS 아리한트', 'INS 아리가트'를 보유 중인데, 이건 전략핵 투발용이고요. 적 잠수함이나 함정을 사냥하는 공격잠수함(SSN)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그래서 러시아에서 빌려 쓰면서 승조원들에게 핵잠 운용 경험을 쌓게 하는 거죠. 일종의 '실습용 교재'인 셈입니다.
## 중국·파키스탄이라는 이웃
인도가 핵잠수함에 집착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바로 옆에 중국과 파키스탄이 있으니까요.
중국 해군은 이미 핵추진 공격잠수함(Type 093/094)을 보유하고 있고, 인도양까지 진출하고 있습니다. 파키스탄도 중국에서 '한고르급' 디젤 잠수함을 3척이나 받았죠. 2025년 8월 세 번째 한고르급을 인도받으면서 수중 전력이 확 강화됐습니다.
인도는 현재 약 150척의 군함을 보유해 해상에선 우위를 점하지만, 수중 전력에선 밀리는 상황입니다. 파키스탄은 25~30척 정도의 함정밖에 없지만, 잠수함 전력만큼은 무시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인도는 핵잠수함을 확보해 수중 감시망을 강화하고, 적 잠수함을 추적·격침할 능력을 키우려는 겁니다. 인도양에서의 해상 패권 유지가 걸린 문제죠.
## 미국은 뭐라고 할까?
흥미로운 건 미국의 반응입니다. 공식적으론 아직 침묵이지만, 속으론 불편할 겁니다.
미국은 인도를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끌어들이려 애쓰고 있습니다. Quad(미국·일본·인도·호주), AUKUS(호주·영국·미국)처럼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 네트워크를 짜고 있죠. 그런데 인도가 러시아와 군사 협력을 계속 강화하니 미국 입장에선 찝찝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와 거래하는 나라들에게 제재를 걸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데, 인도가 3조원짜리 핵잠 계약을 확정한 건 사실상 '우리 갈 길 갑니다' 선언이나 마찬가지죠.
다만 미국도 인도를 함부로 압박하긴 어렵습니다. 인도는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이자 인구 14억의 거대 시장이니까요. 게다가 중국을 견제하려면 인도의 협력이 절실합니다. 그래서 미국은 인도의 러시아 군사 협력을 못마땅해하면서도 묵인하는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죠.
## 인도의 '전략적 자율성'
인도가 이렇게 나올 수 있는 건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이라는 외교 원칙 때문입니다. 냉전 시대부터 인도는 미국·소련 어느 진영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 '비동맹 노선'을 고수해왔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일본·호주와는 Quad로 협력하면서도, 러시아·중국과는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로 협력합니다. 미국한테 전투기 사고, 러시아한테 잠수함 빌리고, 프랑스한테 라팔 전투기 사죠.
모디 총리가 푸틴을 만나면서 "인도-러시아 우정은 북극성(guiding star)"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러시아는 인도에게 여전히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라는 거죠. 실제로 인도 군의 무기 중 60% 이상이 러시아제입니다.
## 글로벌 안보 질서에 미칠 파장
이번 핵잠 계약은 단순한 군사 거래를 넘어 글로벌 안보 질서에 여러 함의를 던집니다.
**첫째, 러시아의 고립 탈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제재로 고립됐던 러시아가 인도라는 큰 손님을 확보하면서 숨통이 트였습니다. 3조원은 러시아 군수산업에 큰 돈이죠.
**둘째, 인도양 군비 경쟁 가속화.**
인도가 핵잠을 확보하면 파키스탄과 중국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중국은 인도양 진출을 더 강화할 것이고, 파키스탄은 중국에서 더 많은 잠수함을 받으려 할 겁니다. 인도양이 새로운 군비 경쟁 무대가 되는 거죠.
**셋째, 미국의 동맹 전략 딜레마.**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려면 인도의 협력이 필요한데, 인도는 러시아와 손을 놓지 않습니다. 미국이 인도를 압박하면 인도는 더 러시아·중국 쪽으로 기울 수 있죠. 미국 입장에선 줄타기가 필요합니다.
## 인도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이번 핵잠 딜을 통해 우리가 인도를 읽는 법은 이렇습니다.
**인도는 원칙주의자가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지만 민주주의 진영에만 속하지 않습니다. 실리를 따라 움직이죠. 미국이 주는 게 좋으면 미국과 손잡고, 러시아가 필요하면 러시아와 손잡습니다. 이념보다 국익이 우선입니다.
**인도는 '큰 나라'처럼 행동한다.**
인구 14억, GDP 세계 5위. 이제 인도는 스스로를 강대국으로 인식합니다. 그래서 누구 눈치도 안 봅니다. "우리 마음대로 할 건데, 왜?"라는 태도죠. 전략적 자율성은 그냥 말이 아닙니다.
**인도는 '인도양의 주인'이 되고 싶다.**
인도양(Indian Ocean)이란 이름이 괜히 붙은 게 아닙니다. 인도는 인도양을 자기 뒷마당으로 생각하고, 중국이 진출하는 걸 절대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핵잠수함이 필요한 거죠. 수중 패권 없이는 해상 패권도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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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요약**: 인도의 러시아 핵잠 임대는 단순한 군사 거래가 아니라, '전략적 자율성'을 고수하는 인도가 인도양 패권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눈치 안 보고 러시아와 손잡은 상징적 사건이다. 그리고 이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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