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옆에 누가 있는가? 내가 발견한 사람
베스트셀러인 럭키라는 책을 보면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스스로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고 한다. 운을 결정할 수 있는 것 요인을 꼽아보니 그 중 하나가 사람이라고 한다. 내 옆에는 누가 있는가? 내 옆에 필요한 사람이 있는가? 옆에 있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아차하고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코로나 때문인지 인도에서 지낸지 1년이나 지났는데, 주변에 인간관계는 늘지 않았다. 외부 활동도 제한적이었고, 최소한 고객사 미팅도 쉽지 않았다. 얼굴을 보며 대화하지 못하니 때로는 골이 깊어 갔고 해결책을 찾는데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포기하는 적도 많았다. 지금 내 옆에는 누가 있는가?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아내이다. 20년 하반기 인도 코로나 숫자가 몇십만을 다달을때 나는 예정보다는 조금 늦게 인도에 부임했다. 당연히 가족은 같이 올 수 없었고, 가족끼리 계획한 일정은 모두 변경해야만 했다. 집을 전세를 주고자 하여 이미 세입자에게 집을 내줘야했고, 아내는 아이들과 함께 불편한지도 편한지도 모르는 처가에 억지로 들어가게 되었다. 좁은 집에 3대가 같이 사려니 오죽 힘들었을까? 편찮으신 아버지를 모시고, 아직 천방지축인 아이들을 데리고 보금자리 없이 엄마집에 사는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엄마라도 말이다. 그런 시간이 한달 두달이 지나 1년이 훌쩍 지나갔다. 그 사이 아이들은 몰라보게 컷지만, 혼자 아이를 키우는 아내는 1년이 지난지도 모르게 살아왔던거다. 아빠는 아빠대로 아이들이 보고팠고 그 아픔을 이해해주는 아내가 고마웠다. 1년이 넘어 코로나가 잠시 잠잠해져 갈때 한국에 들어가서 아이들과 아내를 데려오기로 다짐했다. 막상 살고 있는 장모님 댁에 가보니, 좁은 방에서 남자 쌍둥이와 전쟁했던 흔적이 고스란히 찾아볼 수 있었다. 편하게 해주고 싶어 그렇게 아이와 아내를 데리고 인도에 다시 왔다.
워낙에 외국인을 위한 인프라가 없는 곳이고, 한국 식자재도 구하기 어려운 곳이라 만만의 준비를 하여 아이들을 위한 한국 식자재를 가득가득 실어왔다. 그럼에도 인도는 쉽지 않았다. 아내는 해외생활이 처음이었고, 아이들도 이제 막 한국말을 하기 시작했는데 여기저기 꼬부랑 말을 하는 사람밖에 없으니 무서워하기도 하고 당황하기도 한것 같았다. 인도도 코로나가 여전한 상황이어, 아이들을 위한 학교도 보내는 것도 어려웠고 외출도 어려웠다. 한국 보다 무지 넓은(?) 집이지만 하루종일 집에만 있어야 했고 6시 넘어 집에 오는 아빠만 기다리다 밖에 산책하는 것이 유일한 아이들과 아내의 낙이 었던거 같다. 기대와 다르게 상황은 더 좋아지지 않았고, 아내는 더 힘들어했다. 한국에서 하고 싶은 본인의 일도 있었고, 아이들의 교육도 걱정이 되었다. 무엇보다 하루종일 집에만 있어야하는 감옥은 아니지만 감옥같은 생활이 견디기 어려웠을 것 같다. 시간도 흐르지 않고 생산 적인일은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남편에 실망감을 주지 않기 위해 참고 또 참는 모습이 눈에서도 느껴지고 축 늘어진 뒷모습에서도 느껴졌다. 그러다 몸도 마음도 고장이 나고 있었다. 어느날 눈을 뜨니 답답함에 눈물 흘리는 아내의 모습을 발견하곤 차라리 다시 한국으로 보내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확신했다. 그리고 바로 한국에 보냈다. 이 시대 코로나가 만든 비극이라 할까?
세상엔 계획했던 거처럼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고 하지 않는가? 지금도 계획과는 다르게 살고 있다. 집을 구해 아이들과 아내는 최소한의 보금자리를 마련하였지만, 그마저도 임시거처로 불편하겠지. 아이들이 다시 유치원에 적응하려면 더 힘들겠지. 아빠없이 지내는게 외롭겝지 하는 생각이 가끔든다.
원래 아내와 나는 성향이 많이 달랐다. 나는 다소 꼼꼼하고 걱정이 많은 스타일인데, 아내는 심플하고 자기관리를 잘하는 스타일이다. 아직도 건강한 몸으로 젊은이 못지 않은 체력을 유지하고 있는것이 매우 부럽다. 다른 성향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이 많아서 결혼했다. 다른 성향이어서인지 멀리 있어도 싸울땐 싸운다. 나의 걱정을 만드는 성격으로 생기는 불필요한 언쟁일때가 대부분이다. 한국에서 아이들을 홀로 씩씩하게 키우는 것만 봐도 존경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내가 혹시 성공한다면 럭키라는 책에 나오는 것 처럼 운이 좋았다고 말하고 싶은데, 그때 어떤 사람이 있었냐고 물어본다면 대답이 아내임을 확신한다.
인도에 와서 만나거나 다시 발견한 사람 중 으뜸은 단연 아내이다. 계획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옆에서 응원해주고 믿어주는 그대를 만나 항상 감사하다.
앞으로 인도에서 만난 사람, 다시 발견한 사람들에 대해 감사와 존경의 글을 쓰고 싶다. 나의 성공과 행복을 결정짓는 것은 주변 사람임을 알기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