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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코로나는 더 특별하다?

모든게 막혀버린 현실, 이렇게 1년?

by Pavittra

작년 8월이었다. 그때도 지금처럼 코로나는 온 세계를 덥치고 다녔다. 나는 인도로 와야했다. 이미 재작년에 결정된 주재원 파견이었는데, 코로나로 일정보다 지연 또 지연 되다가 15일 격리라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으로 여겨질때 회사는 과감히 나를 인도로 보냈다. 젊은 시절 인도에 대한 애증이야 말할 것도 없었고,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인도에서 몇년 간 새로운 삶을 살게될 것이라는 설레임에 들뜨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고 나는 여전히 인도에서 혼자다. 작년 8월에도 인도에 간다고 하니 사람들이 모두 걱정 반 놀라움 반의 반응을 보였다. 하기사 그때만 해도 인도가 전세계 확진자수 2위를 달리며 미국을 제칠수 있다 없다 논란이 되었는데, 당시 일일 확진자 수가 7만~10만 사이였다. 불과 얼마전 걱정스런 글씨로 SNS에 글을 남겻는데 그때가 27만, 그런데 오늘은 벌써 ('21년 4월 28일)은 36만이다.


한국 뉴스에는 영화 '신과함께' 에서나 볼수 있는 지옥 영상처럼 인도에 대한 뉴스가 가득하다. 병상이 없어서 사람들이 차안에서 죽어가고, 화장터에는 자리가 없어서 이제 길가에서 시체를 태워야할 지경이며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라는 표현이 정확했다. 회사에 많은 동료들도 이미 확진되었고, 동료의 가족과 고객사 중에는 사망한 사람도 많이 있다. 정말 바로 옆 얘기다. 나도 특별하지 않기에 항상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

한국과 많이 다른건 정말 의료체계 붕괴라는 말이 실감이 나는 것이다. 산소가 부족하다라는 현실을 처음 맞닥드려 보고 신문과 SNS에는 산소 부족, 산소 공장, 산소 실린더 구함 등 다소 놀랄 만한 광경들이 펼쳐진다. 많은 기업체들은 산소를 생산하여 메디컬센터에 기증한다. 겪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다.

unnamed (1).jpg [연일 확진자 증가와 산소 부족을 호소하는 현지 매체]


나는 이런 인도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집에서 재택근무를 병행하며 회사에 관리자로서 나가보기도 하지만 개인적인 관심사는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나? 라는 원초적인 문제를 해결할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안그래도 한국 식자재를 구하기 힘든 소위 변두리 지역인데 (저는 델리나 뭄바이가 같은 한인들이 많은 곳에 있지 않아요) 정상적인 통행이 불가한 락다운이나 커퓨가 발동될 것을 대비하여 집안에 음식을 쟁겨(?)놓는다. 그러다보니 요리 실력은 나날히 늘어가고 똑똑한 유튜브 알고리즘은 백종원 선생님만 호출해준다.


한국에 아내와 아이들은 나보다 더 힘든 상황을 보내고 있다. 인도 올것을 대비하여 집도 팔고 잠시 장모님댁에 들어갔지만 그렇게 된게 이제 1년이 다 되어간다. 그사이 아이들은 부쩍 컷고 이제 영상통화로도 제법 대화가 가능하지만 만져볼 수 없고 비벼볼 수 없어 한 없이 아쉽다. 더이상 입국을 미루면 안되겠다 하여 입국 비행기표를 예약한게 내일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결국 취소하였다. 발전한 기술 덕택에 영상통화를 통해 아이들이 아빠 얼굴을 잊지 않겠지라는 위안은 있지만, 글쎄 친해질 수 있을까?하고 고민도 된다. 오늘은 태권도에 등록했다고 사진을 보내왔는데, 앞에서 직접 보지 못하고 한국에 갈수도, 인도에 올수도 없는 이 상황이 너무 원망스럽다. 팔자에 없었던 나를 만나 귀하디 귀한 쌍둥이를 혼자 키우는 아내도 코로나가 힘들겠지?


인도는 5월 1일부터 다시 백신이 18세 이상 전 국민에 대해 접종을 시작한다. 이것이 전환점이 되어 설랫던 인도를 다시 만나고 싶다. 인도의 코로나는 특이하거나 별나지 않다라고 믿는다. 우리 가족 다시 만날 그날을 위해. 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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