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y State, 금주의 도시 인도 구자라트
지금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지만, 아직도 인도에 출장을 오시는 분들을 보면 인도에 소주가 없을거라는 생각에 한국 면세점에 소주를 구입해서 가져오거나, 수화물에 술을 가득 담아서 오는 경우를 종종 볼수 있다. 그치만 실상 인도에 와보면 각종 수입 맥주, 위스키 같은 경우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고 일부 위스키는 한국보다 저렴한 것들도 있다. 소주의 경우에도 델리나 푸네, 첸나이 같이 한국 소사이어티가 많이 발달한 지역의 게스트하우스나 한국 식당에는 쉽게 먹을 수 있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1병당 600~800루피 (12천원 내외) 정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도에 한국인들을 보면 회사 업무를 마치고 동료들과 한국식당에서 간단하게 술한잔 하는 경우도 볼 수 있고, 호텔이나 바에서 시원한(?) 맥주한잔을 하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털어버린다는 얘기도 들어왔다.
이러한 호사(?)는 내가 살고 있는 구자라트에서는 불가능하다. 구자라트는 법으로 술의 판매와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강력하게 금지하는 청청지역(?)이다. 현재 인도에서 금주를 법으로 명시한 주는 비하르, 구자라트, 미조람, 나갈랜드 4개 지역이다. 구자라트가 금주를 하게 된 배경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중 인도 국부 마하트마 간디가 태어나 지역(구자라트 Porbandar) 이고, 간디는 평생 음주를 강력하게 비판해왔으며 구자라트는 이런 그의 사상을 반영하여 1960년 5월 1일 봄베이주에서 독립하여 구자라트주로 시작할때부터 금주를 법을 지정했다. 또한 인도는 간디의 생일인 10월 2일에는 인도 전국이 Dry Day이다. Dry Day는 술을 판매하지 않는 날을 의미하는데, 그래서 Dry Day 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술을 사놓기 위해 술집에 몰려드는 진풍경이 일어난다. 구자라트에서는 호텔, 식당 혹은 공공장소에서 술을 먹는것은 정말 범죄이다. 그래서 한국인들도 술을 먹기 위해서라면 몰래 먹을 수 있는 몇개 안되는 한국 식당을 찾거나, 각자 집에서 먹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술을 접하기 어렵고 차리기 힘들고 하니 안먹게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아예 술을 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법적으로 외국인이나 타주에서 여행온 사람들과 의학적으로 술을 일정부분 먹는 게 좋다고 진단을 받는 경우에 한해서 술을 구입할 수 있다. 일종에 alchol permit라고 하는데 외국인의 경우에는 1년의 유효기간이고 한달에 4 unit을 구매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1Unit이면 쉽게 얘기하면 맥주500ml 13캔 정도로 한달에 52캔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외국인들은 주로 이렇게 술을 구매하여 집에서 먹거나 파티가 있을 경우 주섬주섬 술을 챙겨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인도는 각 주 마다 liquor Tax가 다른데, 구자라트 주는 Tax가 상당히 높아 맥주 1캔에 180루피 (3,000원 내외이다.)
금주인 도시라서일까? 구자라트주는 인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유명하다. 술을 먹지 않으니 많은 불필요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고 특히 여성들이 밤늦게 까지 다닐 수 있는 곳이라고 많은 이들이 얘기한다. 같이 일하는 직원들에게 델리나 뭄바이 같은 도시로 가고 싶지 않느냐? 이곳은 지루하지 않느냐라고 물어보면 하나같이 "젊었을 때는 화려한 델리, 구르가온 같은 곳에 가고싶어 했는데 그곳은 이제 너무 피로합니다. 가족이 생기고 나서 부터는 구자라트의 아메다바드나 바로다 같은 평화로우면서 안전한 곳이 좋습니다."라고 얘기한다.
그치만 금주에 대한 비판의 여론도 만만치 않다. 구자라트는 금주의 지역이지만 술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은 상황으로 주변 지역 (라자스탄, 마하라슈트라, 고아) 같은 곳에서 불법으로 술을 개인적으로 혹은 조직적으로 몰래 들여온다. 그래서 항상 주의 경계 지역에서는 술 적재 여부를 경찰들이 꼼꼼히 살피는데 완벽하게 잡아낼 수 없는게 현실이다. 얼마전 뉴스에 보니 주 경계지역에서 적발된 건수가 최근 더욱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또한 밀주 또한 큰 문제이다. 보통 사람들은 공식적으로 술을 구매할 수도 없을 뿐더라, 가격도 높은 탓에 음지에서 만든 밀주를 많이 구해 먹는다. 이러한 밀주는 말그대로 제조 과정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이러한 밀주를 먹고 사망하였다는 사례는 신문에서 꾸준히 보인다. 어떤 정치인들은 구자라트의 금주법이 오히려 국민들의 건강과 불법을 만들어내는 필요악이라고 강력히 비판한다. 더군다다 구자라트 성인의 4.3%가 알콜 중독이라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이다.
외국인인 나로서는 선택지가 없었다. 처음에 이곳에 오기전에는 술을 아예 못먹는줄 알고 막걸리 파우더까지 가져왔었다. 그게 아닌데 말이다. Petmit을 받은 이후에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맥주를 집에 수북히 쌓아 놓고 살았다. 그러다보니 맥주를 한국보다 더 많이 먹는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의무감으로 먹었던거 같은 생각마저 든다. 그치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맥주가 고팠던게 아니고 맥주와 함께 음악과 함께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가 그리웠던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