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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조직, 인력 관리에 대한 고찰

인도도 사람 관리가 제일 어렵더라.

by Pavittra

인도에서 관리자로 일하면서 마케팅이 주된 나의 업무이지만, 많은 주재원들이 그러하듯이 인사, 생산, 마케팅, 구매 등 전 분야에 걸쳐서 관리 해야한다. 제 아무리의 한국의 대기업이라고 하더라고, 일부를 제외하고는 인도 현지 회사는 사무소 수준 혹은 해당 법인은 현지에서는 중소, 중견 규모 일 뿐이다. 엄밀히 말하면 인도에 세금을 납부하고, 인도법을 따르는 인도에 있는 인도 회사(?)일 뿐이다. 한국 본사의 완벽하고 깔끔한 ERP 시스템이나, 인사, 구매, 재무 등의 완벽한 업무매뉴얼은 인도 주재원들이 항상 갈구하는 부분이다. 진출한지 20년 이상된 회사들은 물론 매우 현지화가 제대로 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덜 하겠지만, 아무래도 인도 현지의 사정을 완벽하게 반영했다고는 얘기할 수 없다. 이러다 보니 여러 파트에서 어려움을 겪는데, 가장 어려운 부분은 인력 관리라고 생각이 든다. 인도 생활의 3대 행운에 드라이버, 가정부, 우수한 직원이라는 볼멘 소리가 있는데, 이 또한 모두 사람과 관려된 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기사가 안나온다고 하더라, 가정부가 귀중품에 손을 데고 도망갔다더라, 갑작스레 보너스를 요구하거나 터무니 없는 임금을 요구하더라 등의 사연은 어딜가나 우리가 들을 수 있다.


인도는 회계년도를 따르고 있어 매월 4월에는 승진, 조직변경 및 여러 이벤트가 이루어진다. 이런 사유일까? 이쯤 되면 직원들의 상담 요청건수는 평소 대비 매우 늘어난다. 대부분 본인 승진, 평가, 급여 등에 대한 상담을 요청하는데 이런 친구들은 대부분 이직을 준비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4월에 최대한 승진과 급여를 올리고 그 급여를 기본을 20~30% 이상 몸값을 올리면서 이직 시도한다. 이렇게 3~4번의 이직을 통해 본인의 커리어가 완성된다고 보는 듯하다. 몇년 지내다보니 인도에서의 직원 이탈은 그리 놀라운 부분이 아니어 지금은 크게 걱정되지 않으나, 회사의 핵심 요원의 이직 가능성을 보일 때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인도 해외 법인 (매우 대규모를 제외한 직원 200명 이하의 법인)은 일부 몇몇의 핵심인력이 회사를 이끌어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회사 내 모든 인력을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부 핵심인력만 제대로 관리한다면, 잦은 인력 이동에도 크게 어려움을 겪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얼마 전 나와 자주 소통하는 회사 내 팀장급 핵심인력은 때로는 노골적으로 본인의 승진을 얘기한다. 마치 맡겨놓은 것 처럼 당연한 듯히 얘기하는데, 한국 정서인 겸손의 미덕은 전혀 없었다. 그럴때는 정말 다른 옵션을 찾고 싶지만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을 구하는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감성적인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인도에 영어를 잘하고 능력이 우수한 젊은 인력이 많다는 뉴스가 많이 있지만 실제로는 마음에 드는 인력을 구하는것은 사실 녹록치 않다. 매니지먼트의 생각과 목표를 이해해주고 능동적으로 업무하는 직원은 인도에서 찾기는 쉽지 않다. 한국에서 직원으로 일하다가 매니지먼트로 인도에 오니 우수한 인력의 중요성을 매우 많이 깨닫게 되고, 그러다 보니 시스템을 최대한 구체화하고 완벽히하여 인력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작년에는 재무팀 직원들이 각각의 이유로 3명이 연속적으로 퇴사를 하였는데, 이중 한명의 사연은 매우 흥미롭다. AP주(인도 남쪽에 위치한 주, 안드라프라데시 주) 출신인 직원이었는데 아내, 아이와 구자라트로 이사를 와서 4년째 지내는 중이었다. 갑자기 고향쪽으로 가고싶다고 얘기하면 퇴직서를 제출하였는데, 이유가 아내가 이곳에서 말도 안통하고, 음식이나 문화도 다소 어려워 고향으로 가고싶다는 얘기다. 한 나라에서 이러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지 조금 놀라서 다른 직원들에게 이럴수 있냐고 물으니 당연하다고 얘기한다. 주 마다 언어가 다르고 특히 남부와 북부는 문화, 언어를 감안하면 아예 다른나라로 생각될 수 있다. 얼마 전 우리집 아내와 아이들도 코로나 시즌에 한국으로 돌아갔는데 별만 다른 이유는 아니어 보였다. 인도가 얼마나 다양하고 대국인지 보여주는 예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인도에서 인력에 대한 걱정이 되는 것은 이곳이 인도라서이기보다는 관리자의 역할을 하다보니 인력 문제가 와닿는것 같다.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인력 문제인데, 특별한 인도 내 인력 문제도 있지만 한국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인력 이슈도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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