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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구자라트를 아시나요?

우리가 모르는 구자라트 Gujarat 에 대하여

by Pavittra

회사에서 발령을 받고 내가 갈 곳이 구자라트라고 했을때 나보다 주변의 걱정이 더 많았다. 학생때 인도에 몇년 살았던 터라 인도에서 근무하는 것이 그리 두렵지 않아서 별만 아무 감정 없이 지나치곤 했는데, 주변 걱정에 없던 두려움도 다시 생기는거 같았다. 사실 구자라트는 평생 가본적도 들은 것도 별로 없던 나에겐 미지의 세계였다. 단순히 90년대에 대지진을 겪었다는 것, 인도의 국부 간디의 근거지라는 것 빼고는 아는 것이 없었다. 주변에서는 구자라트에 가면 술도 없고 한식당도 없고 고기도 없는 지역이라고 겁을 주는것은 일상이 되어 별로 감흥이 없던 시절 '20년 8월 나는 결국 두려움과 코로나를 뚫고 인도 구자라트 아메다바드로 향했다.

내가 사는 곳은 정확히 아메다바드라는 곳인데 인구수 기준 인도 내 5위권의 구자라트 최대 도시이다. 조금 특이한게 대부분 아메다바드가 제일 큰 도시라고 생각해서 주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주도는 간디나가르라는 도시로 우리나라의 세종행정수도처럼 계획적 만들어진 곳이다. 이곳에는 주정부청사, 주의회청사 및 각종 행정기관들이 위치해있고, 도로나 조경등을 상당히 잘 꾸며놓아 인도에서도 손꼽히는 곳이다. 이곳에서 2년이 넘게 지내면서 나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구자라트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여전히 불편한 부분은 많지만 점점 이곳의 역사, 경제, 정치와 주변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그렇게 겁을 먹을 곳이 아니고 더할나위 없이 매력적인 도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들이 모르는 부분이 있는데 이곳 구자라트 아메다바드는 인도인들이 꼽은 살기 좋은 도시 중 항상 5위 안에 드는 곳이다


구자라트는 지리적으로는 인도 서북부에 위치해 있다. 한반도의 2배 정도의 면적을 통해 인도 내에서 가장 긴 1,600km 해안가를 보유하고 있으며, 41개의 크고 작은 항구들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인도 최대의 민간 항구항구인 Mundra 포트는 인도 내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항구로 여겨진다. 북쪽으로는 라자스탄, 동쪽으로는 마드야프라데시, 남쪽으로는 마하라슈트라와 인접해 있으며 예전에는 봄베이주에 포함되었을 정도로 마하라슈트라주 및 뭄바이와는 지리적, 감성적으로도 가깝다. 실제로 많은 구자라트 출신 사람들이 마하라슈트라주에도 거주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많은 의미가 있는 지역이다. 구자라트는 인도 독립과 통일의 아버지인 간디와 파텔 부총리가 살며 독립운동을 지속했던 곳이다. 인도에서도 보수적인 지역으로 통하며 힌두교 기반으로 현 정권인 BJP당의 지지율이 90%이상 나오는 친정부 지역이다. 실제 현 총리인 나렌드라모디가 태어난 지역이자 12년간 주총리를 엮임한 곳으로 그의 강력한 정치적 고향이다. 각 지역마다 전통적인 지역 정당이 우세를 지니는 모습인데, 이곳 구자라트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BJP당이 90%이상 지지율을 보이고 있으며, 외국 지도자들이 인도에 와서 모디 총리를 만날 시 꼭 들리는 곳이 구자라트주이다.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도 최고의 상인 구자라티 상인과 인도 경제계를 주무르는 파르시 (Parsi) 집단이 활동을 시작 하는 곳으로 1인당 GDP는 마하라슈트라, 타밀나두, 카르나타가, 케랄라에 이어 4번째로 높은 도시이다. 요즘 ('22년 9월 기준) 가장 핫한 인도 최고 부자인 아다니(Adani Group)의 본사가 있고, 인도 최대기업인 릴라이언스도 구자라트에서 시작하였다. 릴라이언스는 인도 최대의 화학산업단지를 Jamnagar라는 곳에서 운영중이다. 구자라트 위쪽으로 올라가면 Rann of Kutch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서 인도 소금의 90%가 생산되고 있다.

또한 인도 자동차 생산의 허브로 스즈키, 타타, MG모터의 완성차와 혼다, Hero의 이륜차가 위치해있고, 인도 최대 유가공업체인 Amul 또한 구자라트에서 최대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 최대의 선박 해체 폐기장이 가동되고 있어 온갖 대형 폐선들이 구자라트로 몰린다. 전력사정 또한 매우 좋아 타 주에 전력을 판매하는 유일한 지역이다. 최근에는 전기차 투자가 계획되고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가 확대되고 있다. 주 지역 곳곳에 SEZ과 금융특화지역인 GIFT CITY 및 스마트시티를 구축함으로써 미래에 대한 준비도 차곡차곡 실시하고 있다.


구자라트는 평화롭고 상대적으로 치안이 매우 우수한 도시에 속한다. 인도는 여성을 상대로한 범죄가 많아 밤늦게 다닐 수 있는 지역이 많지 않은데 아메다바드를 위주로한 구자라트는 밤에 여성이 거리를 다녀도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지역이다. 사람들 인성 또한 매우 신뢰감 있고 속임수가 없다고 느낄 정도로 매우 온화하다. 델리, UP주와 같은 북부 대도시로 올라가면 온갖 속임수가 난무하고 소매치기 등이 심하여 멘탈 관리가 쉽지 않은데 이곳 구자라트 사람들도 델리를 갈때에는 불안하다고 얘기하고는 한다. 하지만 외국인에게는 매우 지루한 도시임이 확실하다.적어도 고기와 소주, 맥주 한잔이 일상인 한국인에게는 더욱 더 지루한 곳이다. 구자라트는 술의 유통 및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는 금지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가장 대표적인 채식지역이다. 베지테리언에게는 천상의 지역이지만, 우리같이 고기를 매 끼니 먹어야하는 외국인에게는 그야말로 고역일 수가 없다. 구르가온이나 뱅갈로르 수준까지 외국인이 많거나 발전한 지역은 아니어 아직 큰 쇼핑몰은 기대할 수 없고, 호텔 바에서 시원한 맥주한잔은 꿈도 꿀수 없는 일이다. 논알콜 맥주로 건전하게 하루를 마무리해야할 뿐이다. 그래서일까? 주말에 인근 라자스탄주로 여행을 떠나는 인도인들을 많이 찾을 수 있고, 라자스탄주 경계에서 들어오는 암술은 대표적인 사회문제이다.


문화적으로 구자라트는 이슬람 문화와 힌두문화를 모두 공유하고 있으며, 특히 아메다바드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문화유산이다. 과거 무굴제국 시절부터 유지해온 이슬람 양식의 사원부터 인도 7대 성지 중 하나인 드와르카 지역의 사원과 간디와 파텔의 역사를 알수 있는 문화 유산 탐험은 꼭 잊지말고 경헙해야하는 부분이다.


인도를 하나의 나라로 생각하고 규정짓는 것은 매우 우매한 방법이다. 이곳의 국가 체계가 United 가 아닌 Union인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각 지역별 삶의 방식과 언어, 문화, 정치가 모두 다르다. 한 단어로 인도는 어떠하다라고 규정짓는 것은 일본, 한국, 중국을 아시아 국가라로 여기며 모두 같은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정의하는 것과 다를게 없다. 우리나라에게 비친 인도는 여행자들에게 비춰진 호객행위가 많고 더러운 인도, 일부 언론들이 꾸며진 사건 사고의 나라 그리고 우리나라 몇몇 기업들이 성공 스토리를 꾸며내는 모습등이 있으나 아직까지도 부정적인 내용이 우세하다. 그 모든 것들이 인도의 일부이지만 인도를 대표할 수는 없을것이다. 인도의 36개 주와 연방자치주 중 나와 인연이 맺은 구자라트. 이곳에 대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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