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의 크리켓의 의미란?
세계 최고의 스포츠 리그는 무엇일까? 대부분 영국 최고의 축구 리그 영국 프리미어 리그를 떠올릴 수 있는데, 만약 인도 크리켓 리그인 India Premier League (이하 IPL)이 영국 프리미어리그 보다 가치가 크다고 하면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최근 언론에서 경기당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최고 가치의 스포츠 리그를 평가하였는데, 1위는 슈퍼볼로 널리 알려진 미국 미식축구 NFL (130억불)로 나타났고, 그 뒤로 미국 야구 메이저리그 (100억불), 미국 농구 NBA (74억불)이 각각 2위, 3위를 차지했다. 여기까지 하면 슬슬 영국 프리미어리그나 스페인의 라리가 혹은 북미아이스하키 NHL이 나와야 정상인데, 의외로 인도 크리켓 리그인 IPL이 경기당 가치 63억불로 4위를 차지하였다. 5위는 53억불의 영국 EPL 이었다. 축구, 야구등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으로서는 크리켓이 다소 생소할 뿐더러 도대체 무엇이길래 빈곤국가(?)의 이미지 마저 있는 인도의 스포츠리그가 세계 4위를 차지한다는 사실은 이해가 되지 않을것이다.
크리켓은 1700년대 영국에서 처음 시작한 스포츠인데, 영국이 과거 전 세계에 식민지를 건설하면서 많은 국가에 전파되었다. 대부분 영연방 국가에서 인기 있는 스포츠이나, 경기 규칙에 따라 다소 지루한 부분이 있어 그 인기는 다소 사그라들고 있다. 다만 인도에서는 정말 다른 얘기이다. 인도에 방문한 사람이면 알수 있는데, 좁은 공간이던 넓은 공간이던 공터만 있으면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삼삼오오 모여 위켓(막대기의 일종)이라는 스틱을 세워놓고 크리켓을 즐기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보기에는 야구와 비슷하지만 규칙은 전혀 다르다.
인도에서의 크리켓의 대한 인기는 거의 광적이다. 유럽이나 남미에서 축구가 인기있는 것과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국가대항전에서 파키스탄과 만나 경기를 하는 날에는 전국이 반강제(?) 공휴일로 바뀐다. 작년 크리켓 월드컵에서 파키스탄에게 수년만에 인도는 패하였는데, 이때 주장이었던 Kholi라는 선수에게 온갖 비난이 가해졌다. 우리나라가 일본에 지면 선수들이 고개를 들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정서로 볼수 있다. 과거 파키스탄과 붙어서 승리한 경기는 마치 우리나라 2002년 월드컵 처럼 DVD나 영화 등으로 만들어져 계속 사람들의 주요 대화 소재가 된다.
인도는 이 크리켓을 프로리그로 운영하며 가장 성공한 나라이다. 인도 크리켓협회 (BCCI)는 나라에 정치, 경제적으로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재밌는 사실은 국가 대항전인 크리켓 월드컵보다 인도 IPL이 훨씬 더 인기가 있다는 사실이다. 숫자로만 봐도 알 수 있는데, 국가 대항전에서 우승하면 12크로루피 (약 19억원)을 받지만 인도 IPL에서 우승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20크로 루피 (32억원)을 받는다. 세계 최고의 리그인 인도 IPL에서 뛰고 싶은 외국 선수들은 매해 IPL 문을 두드리지만 팀당 외국인 선수 제한으로 인해 모든 선수가 세계 최고의 크리켓 리그에서 뛸수는 없다. 당연히 IPL의 크리켓 선수들은 인도인들의 우상이다. 인도 국가대표팀의 주장의 한마디 한마디가 상징적이고, 모든 아이들이 장래희망이 크리켓 선수가 되고자 한다. 크리켓은 빈부격차가 큰 인도에서 국가 통합을 시켜주는 유일한 스포츠이다. 가난한 이들도 열심히 운동하여 크리켓 선수가 되면 많은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거의 모든 어린이들이 크리켓을 즐긴다.
인도에서 일하면서 고객사를 만나서 얘기할 때 크리켓은 빠질 수 없는 소재이다. 외국인이 내가 크리켓에 대해 먼저 얘기를 꺼내고 좋아하는 팀이나 선수를 물어보면 30분 정도 시간은 훌쩍 지난간다. 외국인이 오히려 크리켓에 대해 알고 있는 부분을 신기해하며, 친밀함을 느낀다.
내가 지내는 구자라트 아메다바드 (암다바드)에는 세계 최대의 크리켓 경기장이 있다. 무려 11만명이 수용 가능한 세계 최대규모 크리켓 경기장으로 현 총리가 나렌드라 모디 재임 중에 완공되었다. 경기장 이름도 나렌드라모디 스타디움이다. 트럼프가 인도 방문 시 Namaste Trump 행사를 한 곳으로 유명하고, 5월 29일 이곳에서 인도 IPL 결승전이 열렸다. 라자스탄 로얄스와 올해 신생팀인 구자라트 타이탄 팀과의 경기였는데, 당일 아메다바드의 분위기는 광적이었다. 평소 인도에서 크리켓 경기를 직관하는 것이 버킷 리스트중에 하나여서 다시 올수 없는 IPL 결승전의 기회를 꼭 쟁취하고자 티켓팅을 했지만 불과 몇분 만에 모두 매진되었다. 결국 12만원짜리 표를 구하게 되어 가까스로 관람할 수 있었는데, 20만원 / 50만원 심지어 100만원을 넘는 수많은 표들도 모두 매진이다. 나렌드라모디 스타디움의 규모와 꽉차게 들어선 11만명의 인도 관중들의 함성에 나는 압도당할 수 밖에 없었다. 경기 시작전 전야제의 행사와 경기장 상태, 카메라 촬영 기법, 장내 아나운서의 경기 운영 등등 모든 것이 이곳이 인도가 맞냐라고 느껴질 정도로 월드클래스 급이었다. 한국에서도 프로축구 리그를 많이 관람한 나로서는 한국이 오히려 초라해 보였고, 과연 세계 4번째 가치의 스포츠리그가 맞구나 하고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크리켓을 통해 인도는 수많은 경제적 효과를 이루고 있다. 관련된 방송, 중계권 뿐이 아니고 많은 기업들은 스포츠마케팅을 통해 각각의 기업을 홍보하고 있다. 금번 15년이 된 2022 IPL은 인도 최대 기업 타타그룹이 스폰서였는데, 작년에 중국 기업인 VIVO가 메인 스폰서를 했을때 사람들의 불만이 쏟아지면서 올해는 인도 민족기업이 스폰서를 했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인도에서 지내려면 꼭 크리켓을 배워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번 결승전 방문을 통해 정말 인도 크리켓의 인기에 대해 실감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 규모와 사람들의 열정에 인도가 대국임을 다시한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