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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기 싫어도 헤어져야하는 인도의 삶

4월은 헤어짐 있는 잔인한 달

by Pavittra

한국인이 인도에 외국인으로 인도에 살면서 3대 복이라고 꼽히는 것은 메이드(집안일 도와주는 사람), 드라이버 (운전기사) 그리고 집이라고 한다. 이 3가지만 충족되면 인도에서의 삶이 생각보다 수월하고 오히려 한국에 있는 삶보다 더 편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기존 선배들의 얘기다. 하지만 나는 한가지 더 꼽고 싶은데 그것은 바로 함께 일하는 좋은 '직원'이다. 아마 나같이 인도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라 확신한다. 좋은 '직원' 이자 '동반자'를 만나고 구하는 것은 평생 반려자를 만나는 것 만큼이나 무지무지 어려운 일이다.


인도에서 일한지 이제 1년 반이 지나가는데 떠나보낸 직원이 벌써 10명도 훌쩍 넘어가는거 같다. 부임 초에야 머가 먼지도 모르는 상황이어 직원이 나간다고 하면 내 코가 석자라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인지도 예상하지 못했다. 200여명이 넘는 직원이 있기에 모든게 한국처럼 시스템에 맞춰 흘러갈 것이라 생각했고, 큰 일 생기겠냐하고 생각한 적이 대부분이다. 점점 일에 익숙해지고, 회사의 주요 인력들과 토론하고 일하며 누가 회사의 key player인지도 알게 되고 현지인 중에 누가 조직을 이끌어가고 있는지 알게된 때 비로소 좋은 직원이야 말로 나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어드바이저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인력들이 평생 내 곁에 있지 못한다는 것도 알게 된 것도 그쯤이다.


인도는 3월이면 Financial Year 마감이 끝나고 4월부터 재무적으로는 새로운 한해가 시작된다. 이때를 전후로 인도 인력 시장에서는 큰 고용시장이 열린다.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중인 인도의 구직 시장은 한국 보다 훨씬 크다. 인도는 우리나라 처럼 한 회사에 진득(?)하니 붙어서 오랫동안 일하는 것을 굳이 미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주니어급 직원들은 3~4년에 한번씩 회사를 옮겨 다니면서 본인의 몸값을 키우는 것이 매우 일반화 되어 있고, 그런 활동들이 3~4월쯤 본격화된다. 승진의 축배를 드는 시기와 동시에 사람을 떠나 보내는 시기이다. 이러한 이동은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한 급여 결정 기준에 있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새롭게 이직하게 되면 급여의 기준은 전 회사에서 받았던 연봉에 몇퍼센드를 인상하느냐로 결정된다. 그래서 기존 회사에 진득하니 붙어 있다가는 정기 급여 상승율에 따른 인상만 기대할 수 있고, 이직으로 인한 상승과 비교할 시 사실 큰 인상은 되지 않는다. (물론 우리나라 인상률에 비하면 어마무시하다. 물가상승률 등 모든 것을 감안하여 많은 회사가 10~15%의 통큰 인상을 제시한다) 이러한 이직으로 인해 근처 경쟁 회사나 거래처에 직원들이 넘어오는 경우도 많아서 가끔 거래처를 만나서 얘기할때에는 민망한 경우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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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든든한 지원군

몸값 상승이 첫번째 이유이긴 하지만 이와 다르게 여러가지 이유도 존재한다. 얼마전 아끼는 직원 한명이 갑작스레 사직을 통보했다. 회사 규정에 따라 Notice Perioid (사직서 제출 후 최소 근무 기간) 1달 후 회사를 떠나겠다는 얘기이다. 평소에 전혀 그런 낌새가 없고 급여도 적정했고, 회사 내에서도 향후 리더로서 커리어가 촉망되는 직원이었다. 이유를 들어보니, 다소 황당하지만 인도가 대국이라는 생각을 실감케 했다. 원래 이 직원은 인도 남부 하이데라바드라는 지역 출신인데, 이 지역은 힌디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이곳 구자라트에 취직하여 아이들과 아내를 데리고 살고 있었는데, 본인이야 서바이벌로 외국어 배우듯 힌디어를 오며가며 배워서 의사소통하였지만 아내는 전혀 힌디어나 구자라티가 늘지 않아 매번 집안에서만 아이를 돌보며 지내왔다고 한다. 시장에 가도 온통 구자라티로 얘기하니 참으로 어려운 삶이었다고 한다. 더 이상 아내는 참지 못하고 고향으로 내려갈 것을 요구했고, 본인 또한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귀향을 결심한 것이다. 어찌 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언어 문제로 힘들어 할까? 이게 한 나라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실제로 우리 회사는 델리와 인도 남부 첸나이 등에도 센터를 두고 있는데 각 센터별 직원들이 만나서 힌디어로 대화하면 첸나이 직원들은 힌디어를 전혀 이해할 수 없어 영어로 말해 줄것을 계속 요청한다고 한다. 이게 실제 인도라는 한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그동안 책과 기사로 들었던 얘기인데 실제로 사람들이 이럴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정말 대국의 면모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또한 한가지 더 이유가 있는데, 부모와 가족을 돌보는 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인도인들이 부모가 있는 고향으로 가서 일을 한다고 하며 회사를 떠나는 경우 매우 허다하다. 그래서 언제 부터인가 면접을 진행하게 되면 꼭 고향이 어디인지? 아내는 어느 지역 사람인지? 등을 꼼꼼하게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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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회사와 사무실

우수한 직원을 데리고 일하는 것은 정말 대단히 행복한 일이다. 사람이 최고다라는 어느 광고에서 나왔던 말이 그냥 했던 얘기가 아니고, 우수한 기업이 지속적으로 우수한 인력을 흡수하고 그런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에 아차하는 순간이 많았다. 그러니 우수한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한국이나 인도나 인력은 중요하다.


앞으로 아마 수십번은 더 헤어지겠지만, 그런 과정이 적응되지는 않을거 같다. 이 직원이 나가면 어떻게 누가 백업을 해야하나?라는 고민과 걱정에 몇날 몇일을 뜬 눈으로 보낸적도 많다. 많은 일들을 시스템화하고자 노력하지만 아직 인도 내 인프라와 워킹 스타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여진다. 어쩌다 가끔 이런 고민을 선배들에게 토로하면 이런 헤어짐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간단한 조언 뿐이다. 회자정리라는 말이 있다. 딱 들어맞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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