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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여기는 책에 나온 인도가 아닌데?

내가 속은거지

by Pavittra

몇 달 동안 인터넷 카페도 들락날락 거리며 최대한 정보를 많이 수집했다. 남들이 다가는 그런 여행지는 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이번 여행은 정말 나의 미래를 위한 여행이니 내 눈으로 인도의 발전상(?)에 대해 확인을 해야만 했다. 정말 그 책에 나온 번쩍번쩍한 빌딩들이 인도일까? 앞으로 중국을 다음으로 큰 미래가 있는 곳이 확실할까?


남들이 가는 바라나시나 아그라 같은 여행지는 코스에넣지 않았고, 델리를 포함하여 뭄바이, 하이데라바드, 뱅갈로르, 첸나이 등 인도 대도시 위주로 여행 코스를 잡았다. 그리고 로컬의 삶은 어떠할까 싶어 1달간 게스트하우스에 방 한 칸을 빌려 푸네라는 곳에서 지내기로 했다. 이곳에서 지내며 1달간 영어 공부도 하고 현지인들 속으로 파고 들어가고픈 생각이었다.


새로 산 배낭에 론리플래닛 가이드책 그리고 만약을 대비한 복대까지 메고 당시 가장 저렴했던 중국 동방항공으로 인도에 도착했다. 뭄바이 공항에 내리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어? 이게 아닌데?... 이거 분위기가 머지?’


정신을 못차리고 있을때 갑자기 온갖 릭샤왈라들과 택시기사들이 나에게 벌떼처럼 다가와 호객행위를 시작했다. 힌디어 한두 마디 할 수 있다며 자신감 넘치던 나는 온데간데 없고 택시 기사에게 끌려가듯 호텔에 도착했다. 기사에게 달라는 대로 뺏기듯 결제를 하고 간신히 호텔에 들어왔다.


택시를 타고 오며 보였던 길가의 쓰레기 더미, 고약한 냄새, 말로만 듣던 길거리의 소, 신발도 신지 않고 돌아다니던 인도 아이들... 모든 것이 충격 자체였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과 후회의 마음 뿐이었다.


1달 동안 묵을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푸네로 가는 버스에 다시 몸을 실었다. 버스로 가는 풍경은 여전히 더럽고 정돈되지 않았다. ‘이런 곳이 무슨 경제발전이 있고 미래의 시장이라는 건지? 순전히 사기꾼 책이었네..‘라고 구시렁대면서 오랜 여정을 달렸다.


푸네에 도착하니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마중 나와 계셨다. 준비된 차를 얻어 타고 내가 묵을 곳으로 향했는데, 수동을 열고 닫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전형적인 중산층 아파트였다. 그곳에 방 3개짜리 집에 방 한 칸을 빌려 지내기로 했다. 그래도 한국분이 계시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곳에는 나 말고 두 분 더 계셨다. 한분은 대학 졸업하고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 오신 형님과 한분은 모 대기업에서 지역전문가로 몇 달간 파견 나온 대리님이셨다. 인도 푸네는 영어 유학으로 나름 유명한 지역으로 한국 학생들이 꽤 많았다. 영어투션도 소개받아서 시작했고 투션 받을 곳에 매일걸어 다니며, 인심 좋은 시크교 사장님께서 하시는 20루피짜리 라씨 한잔 먹는 것은 그야말로 낙이었다. 몇 주 지내다 보니 점점 인도가 익숙해져 갔다. 처음에 적응되지 않던 쓰레기도 별거 아닌 거처럼 느껴졌고, 길거리 소들도 마치 원래 있는 것이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1달 동안 같이 지내는 한국 분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재밌는 건 같이 사는 두 분은 항상 인도를 경멸하는어조로 말을 하였고 인도가 안 되는 이유를 100가지나넘게 얘기할 수 있다고 했다. 막상 우리 모두는 지금 인도에 와있는데?.. 아이러니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형님, 저는 대학교에서 전공이 인도어과인데요. 이번에 꼭 인도를 다 돌아보고 싶어요. 좀 먼가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요?”

“야~ 인도는 영어를 쓰면 되는데 인도어를 머 하러 배우니? 그리고 인도는 어차피 안될 나라야. 너 왔다 갔다 하면서 봤잖아? 인도가 머 발전할 거 같니?, 아휴~ 난 빨리 돌아가고 싶다 “

“인도어만 하는 건 아니고요. 인도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로 배우고 하거든요? 소용없을까요?”

“내가 머 꼭 말로 해줘야 하니? “

“하기사 과 선배들 보면 그렇게 인도에서 막 일하시는 분도 없는 거 같던데.. “


인도에 고작 몇 달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 전문가가 된다고 하던데, 그 어리석은 전문가들의 말에 반박할 수 없어 그들의 말들이 더 마음에 꽂혀졌다. 그렇게 몇주를 보내자 드디어 정말 인도를 알아갈 여행을 할 시간이 돌아왔다.


’ 그래, 머 한번 잘 살펴보고 안전하게 돌아가자 ‘라는 생각뿐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모르던 내가 멀 잘 살펴보겠다는 건지.. 코미디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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