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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우유 그리고 Amul 이야기

by Pavittra


내가 어렸을적 부모님께서는 슈퍼를 하셨다. 슈퍼집 아들의 가장 큰 특권은 뭐니뭐니 해도 먹고 싶은 과자를 맘껏 먹을 수 있다는 것. 그중 나는 달콤한 빵과 우유를 함께 먹는 것을 그렇게 좋아했었다. 그래서 우유는 다 큰 어른이 되서도 내가 매일 마셔야 하는 아이템이었다.


인도에 와서 조금 적응이 되니, 역시 우유를 찾게되었다. 마침 오며가며 알게된 이웃인 팔락에게 물어보니 매일 문앞까지 오는 우유 배달원의 연락처를 알려준다. 다만 멸균이 제대로 안된 신선한 우유일 수 있으니 한번 꼭 끓여먹으라는 얘기를 해주었다. 3일에 한번씩 오는 우유를 매번 끓인 후 식혀서 먹는것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멸균 우유를 먹는게 낫겠다 싶어 유제품 코너에 가는 유독 눈에 들어오는 Amul 이라는 브랜드가 눈에 들어왔다. 차를 타고 다니면서 여기저기서 많이 본 이름이고 특히나 클래식하면서도 귀여운 파란머리의 여자아이의 마스코트가 친근했다. 아메다바드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설때 저 멀리 Amul이라는 공장의 간판이 크게 보이기도 하였는데, 그거인가 싶었다. 그렇게 Amul 우유를 상점에서 집어드니, 상점 주인이 대뜸 '인도에서 가장 큰 우유회사'이다 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든다.


각 주마다 그를 대표하는 유제품 브랜드가 있지만, Amul은 구자라트 뿐 아니라 북인도를 포함하여 인도 전역에서 가장 성공한 유제품 브랜드이다. . Amul은 우유 뿐 아니라 버터, Ghee 등 종합적인 유제품을 만드는데 생산량과 판매량을 포함 모두 인도에서 가장 큰 업체이다. 이런 Amul이 내가 사는 구자라트 기반 회사였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다시 한번 친근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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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ul은 Anand Milk Union Limited의 약자이기도 하면서 산스크리트어인 Amulya (뜻 : Priceless)에 기초한 이름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Amul은 유제품 '협동조합' 이다. 어떻게 협동조합이 인도에서 가장 큰 우유 기업이 되었을까? 그 배경은 인도 독립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식민지 시절 부터 인도에서 가장 유명한 유가공 업체는 Polson 이었다. 원래 폴슨은 커피를 가공하는 사업을 한 것이 시초였다. 당시 창업자인 Peston Edulji는 인도에 있는 영국 군인들이 버터를 구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을 착안하여 구자라트 Kheda (암다바드 인근)에 큰 유가공 공장을 시작한다. 폴슨은 이로인해 세계1차대전, 2차대전 당시에도 버터를 영국군에게 공급하며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이후 지속적인 설비 투자를 통해 유가공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였다. 폴슨은 엄청난 성공을 거둔 반면 소로 부터 직접 우유를 짜서 공급하는 농부들의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다. 당시 봄베이주에서 Bombay Milk Sheme의 일환으로 당시 구자라트에서 뭄바이로 우유를 공급할 사업자를 선정하였는데, 이때에도 폴슨이 낙찰되었다. 이때에도 폴슨의 독점 횡포로 인해 농부들의 삶은 피폐해져갔다.


이런 상황에 당시 농부들은 구자라트의 유명한 독립운동가이지 정치인인 사르다르 파텔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사르다르파텔은 농부들에게 당분간 우유를 공급하지 않고 파업을 할 것과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직접 시장에 판매할 것을 권유한다. 당장 몇개월의 어려움은 있겠지만 결국 이 방법만이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는 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 방법은 크게 성공하였다. 이후 Amul에 파견된 대표자 및 기술진들의 노력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거둔다. 점점 우유에서 버터 및 기타 유가공 제품까지 사업을 확장하였고 이로써 인도는 전 세계 우유 생산의 25프로를 차지하는 유제품 자급자족이 가능한 나라가 되었다. 정부의 우유 생산 진흥 정책인Operation Flood도 한 몫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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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ul의 탄생 비화를 담은 삽화

이러한 협동조합 방식은 이후 많은 영향을 주어 각 주 마다 비슷한 방식의 우유 협동조합이 생겨났고, 채소값 폭락 사태가 올때가 되면 항상 이런 협동조합 시스템을 가져와야 한다고 정치인들이 얘기하고 한다. 협동조합의 모범사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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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배달되는 인도의 봉지(?) 우유는 한국인들에게는 먹기 다소 불편한 느낌을 주곤하지만 인도인들은 하나같이 위생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한다. 실제로 우유를 만드는 공장을 보면 매우 신뢰할 수 있다고들 한다. 이쯤 되니 다시 그 Amul의 마스코트인 Amul Girl의 탄생 비화가 생각났다. 당시 최대 경쟁자였던 폴슨의 마스코트는 영국에서 온 듯한 금발의 어린 소녀였는데, Amul이 폴슨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것이 Amul Girl 이라는 것이다. 빨간 도트 무늬 원피스에 깜찍한 표정. 얼마나 유명한지 각종 신문의 만평 소재로도 쓰인다.


오늘도 감사히 우유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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