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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언제부터 India 일까?

India와 Bharat 그 사이에 궁금한 이야기

by Pavittra

인도에서 개최된 23년 G20는 기대만큼 크게 화제가 되지 않았지만, 인도 언론은 인도의 글로벌 리더쉽을 보여준 상징적인 행사라고 뜨겁게 다루었다. 우리나라는 어떻게 조명될까 궁금하기도 하고 전 세계의 지도자들이 인도에 모인다고 하길래 관심있게 TV를 지켜보았다. 지켜보던 중 낯익은 단어를 보게 되었는데 'Bharat (바라트, 인도를 칭하는 힌디어)' 단어가 모디 총리앞 명패에 그대로 적혀있는 것이 아닌가? 사실 다른 사람들은 익숙하진 않겠지만 20대 시절 수도없이 외쳤던 대학교 과 구호에 항상 들어가 있던 단어로 꽤나 반가웠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도 모른체 "바라트! 바라트!"를 외치면서 선배들 틈에 껴서 술을 먹고 엠티를 갔던 기억이 생생했다. 나중에 공부하며 바라트는 인도를 뜻하는 말임을 알게되었다. 국제행사에서는 통상 India라고 명명하는게 일반적인데 이번에 행사에 Bharat로 표기한 것이 좀 흥미로웠고 단숨에 정치적인(?) 배경이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인도 헌법 1조 1항에는 'India, that is Bharat, shall be a Union of States' 라고 명시되어있어 위법논란은 없지만 모디 총리와 집권여당의 '바라트' 밀어주기(?) 모습에 뜨거운 격론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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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내용은 제치더라도 갑자기 인도의 국호와 도시명 등에 대해 조금 궁금해졌다. 내가 살고 있는 아메다바드에 대해서도 말이다.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기원전 440년 그의 대표작인 『역사』에서 "아시아의 모든 주민 중에서... 인도인은 동쪽과 해가 뜨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에서는 단 한 명의 인도인도 노예가 아닌 모두가 자유롭다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라고 저술하며, 헤로도토스는 인도인의 피부, 생활 방식, 식습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인도'가 영국 식민지 시대의 상징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단어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영국이 인도 아대륙에 들어오기 훨씬 전인 그리스 역사가가 남긴 것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또한 역사에 따르면 인도인과 외국인 모두 수천 년 동안 인더스 강을 산스크리트어로 신두라고 가리키며 사용했다고 합니다. 성경 에스더서의 '호두', 고대 로마의 '인도이' 또는 '인두', 16세기 이탈리아 수학자들의 '알 힌드' 또는 '인도스탄', 무굴제국의 '힌두스탄' 등을 보면 인도를 부르는 단어는 시대와 배경에 따라 각각 달라져 왔지만 인디아가 현 정치권이 얘기하는 식민지의 잔존물이라는 부분은 조금 설득력이 약하다.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이 인도라는 용어를 주로 지리적인 의미로 사용했다면 '바라트'는 어디에서 왔을까? 3세기에 쓰인 마하바라타와 같은 고대 힌두교 경전과 서사시에서는 인도 아대륙을 서사시 속 바라타 왕의 이름을 따서 "바라타 바르샤" 또는 단순히 "바라타"라고 불렀고 그런 배경으로 바라트라는 힌디어가 인도를 뜻하는 국호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국가 이름은 분명히 중요하며, 이러한 이유로 여러 국가가 국명을 변경했다. 스리랑카는 식민지 시대의 과거를 극복하기 위해 1972년 공화국이 된 후 실론에서 국명을 바꿨으며, 버마의 군사 정권은 1989년에 미얀마로 국명을 변경했다.(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 이름을 인정하지 않음). 짐바브웨는 198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로디지아에서 국명을 변경했고, 2019년 북마케도니아 구 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는 그리스와의 오랜 국명 분쟁 끝에 북마케도니아가 되었다. 하지만 1947년 독립한 이후에도 인도는 지금까지 여전히 인도로 남아 있다. 인도의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는 인도가 독립한 후 "운명과 함께"라는 연설에서 "인도"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 "세계가 잠든 자정 무렵, 인도는 깨어나 자유를 향해 일어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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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에서 집권 인도인민당(BJP)의 나레쉬 반살 의원은 영국이 바라트의 이름을 "인디아"로 바꿨으며, 따라서 "인디아"는 "노예제도의 상징"이며 "헌법에서 삭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물론 식민시대의 이미지를 지우기 위한 도시 개명의 사례는 많다. 1991년 케랄라 주 의회 의원들이 트리반드룸을 원래 이름인 티루바난타푸람(1991년)으로 개명하면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봄베이의 우파정당인 시브 세나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시브 세나 역시 도시 명칭을 마라타어인 뭄바이(1995)로 변경했다. 뭄바이가 바뀌자 다른 도시들도 그 뒤를 따랐다. 예를 들어 코친에서 코치(1996), 마드라스에서 첸나이(1997), 캘커타에서 콜카타(2001), 폰디체리에서 푸두체리(2006)가 그 예입니다. 비교적 최근인 2011년에는 BJP가 지배하는 하원이 지지한 명칭 변경 법안에 따라 오리사가 오디샤로, 2014년에는 방갈로르가 벵갈루루로 변경되었는데, 이 역시 현 집권당인 BJP가 주도한 결과로 볼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집권 BJP 연방당은 페르시아어로 들리는 이름을 산스크리트어 이름으로 바꾸는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2015년 BJP는 델리의 고급스러운 아우랑제브 로드와 같은 상징적인 지역의 이름을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압둘 칼람 박사 도로로 바꾸는 작업을 주도했다. 그리고 2018년에는 우타르 프라데시의 알라하바드를 프라야그라즈로 이름을 바꿨다. 내가 살고있는 아메다바드도 카르나와티라는 산스크리트어로 바꾸는 작업을 수년간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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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는 '바라트 공화국'을 사용하는 것이 여당의 힌두 민족주의적 의제의 일부라고 평가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바라트 공화국'이라는 공식이 G20 정상회의에 대한 시선을 끌기 위한 홍보 전략이라고 생각하며, 그렇다고 하면 이는 확실히 성공적이었다. Bharat 라고 적힌 초대장이 입소문을 타면서 트위터에서 #바라트는 100만 건이 넘는 노출 수를 기록했다고 한다.


회사 이름을 바꾸는것도 많은 비용을 초래하는데 국호나 도시명을 바꾸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일일까?

하지만 인디아가 바뀔 일은 결국엔 없을거 같다. 날로 높아 지는 인디아의 브랜드 가치를 생각해보면 쉽게 정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바라트로 인해 발생한 이슈는 힌두 민족주의가 주도하는 정치적인 툴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다양한 정체성, 신념, 삶으로 이루어진 풍부한 문화가 있는 곳이다. 하나의 계정이나 명칭으로 인도를 정의할 수는 없지만 '인도'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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