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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사유를 훈련해야 하는가』2편.

사유는 인간됨의 본질이다

by 마스터INTJ



우리는 사유를 도구로 여겨왔다.

문제를 풀고, 결정을 내리고,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기능.

그러나 사유는 기능이기 이전에,

인간이라는 존재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한 유일한 길이다.


인간의 삶에는 두 개의 나가 존재한다.


하나는 타인에게 보여지는 ‘사회적 자아’이고,

(브런치에서의 나는 '마스터' 이고 현실에서는 '누군가'로 페르소나를 구축하고 있듯이)


다른 하나는 오직 자신만이 알 수 있는 깊은 내면의 자아다.

심리학자 칼 융은 이 내면의 존재를 ‘Self’, 곧 참된 자아라고 불렀다.

칼 융의 정신 구조.


그 참된 자아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것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타인의 시선과 판단에 반사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며,

기억의 상처나 역할의 압력에도 침묵을 지킬 줄 아는

통합된 존재다.


그러나 우리는 대개 그 자아에 도달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고,

소속의 프레임에 갇히고,

의식하지 않은 선택을 반복하며

‘나’라는 존재가 무엇이었는지를 잊어버린다.


그래서 우리는 사유를 훈련해야 한다.

존재를 단단히 붙잡기 위해서.

내가 누구인지, 왜 그렇게 느끼고 판단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묻는다.


“하지만 생각이나 사유 능력도 결국은 타고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훈련이라는 말은 환상 아닌가?”


매우 본질적인 질문이다.


우리는 이렇게 묻고 싶다.


"사유 능력도 지능처럼 타고나는 영역이 큰가?"

"그렇다면 모든 인간이 '사유 훈련'을 통해 고차 사고에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은 환상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단순한 찬반이 아니다.

우리는 생물학, 인지심리학, 교육학, 철학의 지형을 통합하여

다음과 같은 답을 구성한다.


우선, 사유 능력의 ‘타고남’은 분명 존재한다.

인간의 고차사고는 주로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에서 수행된다.

특히 도측 전전두엽(dorsolateral PFC)은 작업 기억, 논리적 추론, 계획, 대안적 사고를 관장하며,

이 부위의 신경 활성 수준은 사람마다 유전적으로 다르다.

EBS - '당신의 문해력' 방송중 일부.


G-factor(일반 지능 요인)는 다양한 사고 영역을 통합하는 지능의 핵심 축인데,

이 G는 전두엽과 두정엽 간의 신경망 통합력과 강한 상관관계를 가진다.

이른바 P-FIT 이론(Parieto-Frontal Integration Theory)은,

‘추론하고 판단하는 뇌의 힘’이 신경학적 기반 위에 놓여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일란성 쌍둥이 연구에서는
IQ의 유사성이 50~80% 수준의 유전적 상관성을 갖는다는 결과가 확인되었고,
성인이 될수록 환경보다 유전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사고 능력의 출발선이 동일하지 않음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근거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쌍둥이로서 이 의견에 어느정도 동의한다.


교육 현장에서도 동일한 철학적 훈련을 받더라도,

일부 학생들만 급속도로 추론과 자기 성찰의 깊이를 확장시키는 사례가 있다.

그 차이는 단순한 노력의 유무가 아니라,

기저 인지 자원, 즉 작업 기억 용량, 전두엽 회로 통합도, 논리적 체계 형성력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요컨대,

"모두가 철학자가 될 수 있다"는 전제는 이상적으로는 아름답지만,

신경과학적 실재에서는 무거운 벽을 마주한다.


그러나 동시에,

"사유는 훈련할 수 없다"는 결정론 역시 잘못된 믿음이다.

사유는 신경 회로의 타고남에 기초하지만,

그 위에 훈련이라는 두 번째 가능성이 존재한다.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Kahneman)이 제시한 System 1(자동적 사고)과 System 2(의식적 사고)의 이론에 따르면,

반응적 판단을 넘어 의식적 사고 구조를 활성화하는 훈련은 가능하다.

메타인지 훈련, 질문 구성, 논리적 추론 훈련은

반복과 자극을 통해 발전한다는 연구들이 꾸준히 축적되고 있다.

데니얼 카너먼(좌)과 그의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 원제 "Thinking, Fast and Slow"


즉, 사유의 깊이 자체는 평등하지 않지만,

사유 능력의 기반을 형성하는 훈련은 누구에게나 가능하다.



C4 프로젝트는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이 프로젝트는 모든 시민을 철학자나 고차 사고자로 만들려는 시도가 아니다.

그것은 비현실적이며 불필요하기도 하다.


C4의 목표는 사고의 최소 안전선 확보다.


좌우 선동에 무력하게 휘둘리지 않도록
감정에 잠식된 판단이 ‘진리’가 되는 착시를 줄이도록
생각이 중단되었음을 스스로 자각할 수 있도록


이런 구조를 갖추는 것이야말로

현대 시민에게 가장 시급한 존재 기반 사고력 훈련이다.


프레임을 구분할 줄 알고,

감정과 사실을 분리하며,

정보보다 해석이 먼저 도착하는 시대에서

해석이란 것을 해석할 수 있는 단 한 겹의 메타인지.

그 훈련이 바로 ‘생각하는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한 기초다.



모든 사람이 철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누구도

자신의 생각이 아닌 것을 자기 생각인 줄 알고 살아서는 안 된다.

선택이 자신의 것인지도 모른 채,

프레임이 만든 감정을 진리라 믿는 삶은

존재의 주체성을 침식한다.


나는 고차사유자이길 원하지 않는다.

나는 단지

내가 왜 이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인간이길 원한다.


그 한 줄의 설명을 갖춘 인간만이,

다른 인간을 설득할 수 있고,

자기 삶의 방향을 책임질 수 있다.




'이대로 끝내기 아쉬운 여운을 담아...


"사유는 인간됨의 시작이다.

우리가 다시 사유를 훈련해야 하는 이유는

진리를 찾기 위함이 아니라

진리를 오인하지 않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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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jpg LLM 기반 챗봇의 활용은 더이상 선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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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으시다면, 이 길을 따라와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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