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 가장 첫 번째 추억에 대해
'추억'이라는 단어는 내가 가장 좋아하면서도 떨리는 단어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간지러워지는 그런.
'기억 속 가장 첫 번째'라고 하니 어렸을 때가 떠오른다. 내가 어릴 적 우리 가족은 외할머니댁에서 함께 살았었다. 그 맨션의 입구에는 아치형 조형물을 감고 자라는 꽃나무가 있었다. 그리고 화단에도 여러 나무가 있었다. 내가 태어났을 때 외할머니께서 그곳에 한 나무와 꽃을 심으셨다고 했다.
유치원에 처음 등원하는 날, 가기 싫다고 버스 앞에서 버티며 빽빽 울었던 것. 맨션의 주차공간과 함께 마련된 공터에서, 다른 층에 살던 또래 언니 동생들과 놀던 것. 보조바퀴를 단 네발자전거와 롤러블레이드를 타며 쉬지 않고 달렸던 것. 겨울이면 길가는 물론 주차된 차 위에 쌓인 눈까지 한가득 모아 눈사람을 만들었던 것. 떠올릴수록 더 많은 기억이 이어진다.
너무나 멋지셨던 외할머니 생각도 많이 난다. 키도 크시고, 목걸이와 팔찌 등의 장신구가 부딪치는 '잘그락' 소리까지 매력적이었던 분. 무언가 맘에 들지 않아 속상해서 투정을 부리려고 하면, 그저 괜찮다며 토닥여주시던 손길. 맛있게 만들어주신 간식과 요리들까지. 미용부터 온갖 악기들을 배우시며 늘 부지런하셨던 분.
기억 속 외할머니의 모습들은 참 새록한데, 오히려 글로 쓰려니 잘 안 써진다. 뭔가 먹먹하다. 올해 5월에 갑작스레 떠나신 외할머니. 늘 그랬지만 오늘따라 더 보고 싶어 진다. 씩씩하게 지내겠다고 마음속으로 약속했는데. 다시 잘 다짐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