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야를 더 넓게 만든 여행에 대해
나라, 도시, 기차, 버스, 비행기. 터미널이나 공항에서 울리는 방송음 따라 설레는 마음까지. 여행만큼 각자의 정의가 남다른 단어가 또 있을까 싶다. 일을 쉬면서 상대적으로 시간이 널널한 지금. 이때가 아니면 즐길 수 없을, 마치 숙제처럼 남아있는 게 여행이기도 하다.
꼭 다른 도시나 나라에 가지 않아도 되겠다는 것이 새삼스러운 의견이다. 며칠 전에 광장시장을 다녀왔는데, 마치 해외를 다녀온 기분이 났기 때문이다. 작은 골목들 사이를 지나쳐 널찍한 먹자골목을 마주했다. 전, 떡볶이, 김밥, 비빔밥, 국수, 만두 등 각 메뉴들이 다채롭게 모여 일종의 구역들을 갖추고 있었다. 이쪽은 전과 떡볶이, 저쪽은 만두와 칼국수 같은 식으로.
곳곳에는 외국인 손님들도 많았으며, 그들을 응대하는 상인 분들은 영어, 일본어, 중국어를 저마다 구사하고 있었다. 그것이 서툴든 능숙하든. 그런 모습들 속에서 마치 외국에 와있는 듯한 기분을 더 느꼈던 것 같다. 잡화를 판매하는 곳에는 일본에서 봤던 동전파스부터 호랑이연고, 소화제들까지 수입품들도 다양했다. 외국인들이 좋아한다는 선물용 김도 봤는데. 와사비김, 김치맛김도 있었다. 김치맛김은 어떤 맛일까.
나는 서울촌사람이다. 거주지역인 서울만 봐도 가보지 못한 곳이 아직도 많다. 이런 곳에서 새로움을 마주하는 것이야말로 여행이 아닐까. 이왕이면 해외로 떠나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꼭 그것만을 여행이라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다. 광장시장 안에서 파는 아포가토처럼. 예상치 못한 조합이 있는 곳들도 충분히 여행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날 시장 한복판에서 짜릿하게 느꼈다. 새로운 정의들이 계속 만들어지는 시간들 또한 여행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