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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pe Oct 10. 2024

달리기

달리기가 나에게 준 영향에 대해

예전 상사가 자신의 운동 경험을 이야기하며 알려준 어플이 있었다. 바로 러닝 어플. 달리기 운동을 위한 여러 훈련 프로그램을 갖춘 어플이었다. 요가 외에 별다른 운동을 하지 않았던 내게, 러닝 이야기는 흥미롭게 다가왔다. 뭔가 있어 보였달까. 살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는 묘한 압박도 함께.


지금 생각해 보니 비슷한 어플을 먼저 소개해줬던 지인이 있었다. 러닝이 아닌, 같은 회사에서 만들었던 홈트를 위한 어플. 그래서인지 괜히 더 반가웠던 기억. 아무튼 달리기 운동이라고는 제대로 해본 적 없는 나는 30일 인터벌 코스를 먼저 시작했다.


몇 분 뛰었다가 몇 분 쉬기를 반복. 그렇게 30분을 쉼 없이 뛰는 것이 목표였다. 달리는 시간은 조금씩 늘어나고, 쉬는 시간은 조금씩 자주 갖는 것으로, 난이도는 조금씩 높아졌다. 페이스를 조절하는 가이드의 목소리는 남녀로 각각 설정할 수 있었는데. 나는 남자 목소리로 정했다. 이 총각(?)은 러닝에 필요한 정보들도 틈틈이 알려줬지만, 갈수록 수다쟁이(!)가 되어갔다. 그 수다를 상쇄하고자 배경음악도 찾게 됐다. '운동할 때 들으면 좋은 음악' 등의 제목으로 정리된 플레이리스트를 담아놓곤 했다.


주로 달리는 곳은 아파트 단지 내의 산책로였다. 분수대를 중심으로 둥글게 길을 닦아놓은 곳이나, 아파트 앞에 일직선으로 뻗은 곳. 매일 출석체크하는 방식이어서, 그걸 빼놓지 않겠다며 비 올 때는 우산을 들고뛴 적도 있다. 햇볕이 강할 때는 그늘로 살살 피해 다니며 뛰기도 하고. 야근을 한 날에도 무슨 오기인지, 다시 나와서 뛰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나름 열심히 했네...



아파트 단지에서만 뛰다 보니 어느 정도 되면 몇 분이 지났겠다며 시간이 짐작되는 바람에, 재미는 물론 집중도도 떨어졌다. 그래서 어느 날은 큰맘 먹고 약 20분을 걸어 한강 둔치를 달리기도 했다. 그렇게 인터벌 훈련이 어느새 몸에 익었던 걸까.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었을 때라, 기록을 증명하면 메달 등의 상품을 보내주며 원격으로(?) 인정해 주는 버츄얼 마라톤까지 신청했다. 나름 귀여운 메달을 갖고 싶은 욕심도 한몫했다. 그렇게 5km 달리기까지 해냈다.


뭔가 출근 도장을 꾸준히 찍지 않으면 양심통이 온달까. 그래서 러닝 어플에도 꾸준히 기록을 채워갈 수 있었다. 매일 찍어주는 도장을 모으거나 귀여운 상품을 받는 것에 마음이 더 기울긴 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잠시나마 러너의 생활에 공감할 수 있었다. 다시 한번 뛰고 싶은데, 온갖 핑계만 대고 있다. 쉽지 않다.


인터벌, 페이스 등 달리기 운동 용어와 지식들도 배우고. 무엇보다 내가 뭔가 해낼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도 느꼈다. 나 자신이 좀 더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기분.


요령이 없더라도, 일단 해봐야 어떻게든 되는 것이라는 걸. 지금의 나에게 다시 한번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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