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취향 중 가장 오래된 것에 대해
취향이라고 하니 광범위하지만, 우선 책과 운동이 떠오른다. 어릴 적, 운동을 좋아하는 아빠를 따라 같이 놀러 가곤 했다. 한때 테니스를 즐겨했던 아빠 덕분인지 공놀이에도 일찍 눈을 뜬 것 같다. 인형놀이보다는 장난감 칼싸움에 뛰어다니기를 좋아했고, 운동화도 여아용이 아닌 남아용을 고집한 씩씩한 아이였다.
덕분에 야외에 나가거나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취향이 생긴 듯하다. 흔히 말하는 집순이가 아닌 밖순이의 성향을 좀 더 갖게 되었달까. 학창 시절에도 교실에만 있고 싶어 하던 동급생들과 달리, 나는 체육복을 입고 운동장에 나가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런 나의 성향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더불어 책과 글도 좋아했다. 정확히 말하면 책을 읽는 것보다, 책 자체를 좋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중학생 시절, 다양한 종류의 기사들을 추려와 요약 과제를 주셨던 문학 선생님도 생각난다. 학창 시절에는 꼼꼼한 필기로도 은근 유명했다. 깨알 같이 작은 글씨로 교과서 곳곳을 꽉꽉 채우면서 뿌듯해하곤 했다.
오늘 도서관에서 읽은 책 가운데 '공간 일기'라는 단어를 봤다. 음식, 음악에도 취향이 있듯 공간에도 취향이 있다는 것이다. 나를 알려주는 것에 '공간의 취향'도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카페를 가는 경우, 프랜차이즈보다 그 동네에만 있는 개성 있는 곳을 찾아보려 한다. 프랜차이즈라도 기존과 달리 특화된 곳도 있긴 하지만, 보다 특별한 곳을 선호하는 편이다. 최근에는 개성이 넘친 곳들이 너무 많아서 탈이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텍스트를 다루는 일을 하고 싶어 했고, 산책과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내 취향이 무엇인지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일수록 더 깊고 단단한 느낌이다. 나도 내 취향이 무엇인지 다시 살펴보고, 또 그것을 겸손하고 당당하게 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