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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pe Oct 24. 2024

좋은 대화로 이어지는 물음표

<사람을 안다는 것> 데이비드 브룩스

출판사에서 일하는 지인이 있다. 오랜만에 함께 만나는 자리에서 이 책을 선물 받았다. 나뿐만 아니라 함께 모였던 일행을 위한 것까지 총 세 권을 들고 나와줬다. 400쪽에 가까운 두께의 책을 세 권이나. 그 무게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 마음이 참 고마웠다.


제목부터 참 직관적이다. '사람을 안다는 것'이라니. 사실 처음에는 두께로 인해 읽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곧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책상 위 책꽂이에 꽂아뒀다. 잘 보이는 위치에 있어야 눈에 띄기 때문에. 그러나 이 책은 약 5개월이나 그 자리를 지켰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책이 다시금 눈에 들어왔다. 많은 생각들, 그리고 무의미한 영상의 메시지들로 인해 지친 때였다. 몰두할 만한 읽을거리를 찾던 나는 이 책을 집어 들었다. 그런데 역시 타이밍이란 게 있는 걸까. 목차부터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했다.


'서로를 깊이 알면 우리의 세계는 어떻게 넓어지는가'라는 부제부터 흥미로웠다. 그 답을 나도 찾고 싶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길, 그리고 누군가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길 원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라는 저자 소개에도 신뢰가 생겼다. 관계와 대화에 대한 이야기들 속에서 그동안 내가 고민했고, 또 되고픈 모습들에 대한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후 나는 매일 한 챕터씩, 어느 날은 두세 챕터씩 읽어 내려갔다. 이런 몰입감은 꽤 오랜만이었다. 그렇게 평소보다 빠르게 완독을 해냈다.


배우면서, 공감하면서, 감탄하면서. 한편으로는 도전과 위로를 받았던 구절들이 참 많다. 그중에 겨우 메모해 놨던 문장들을 몇 개 남겨본다. '좋은 질문을 하는 사람'을 꿈꾸는 나. 이왕이면 같은 물음표라도 풀리지 않은 답답함이 아닌, 좋은 대화로 이어질 수 있는 질문에 달린 물음표이길 바라며.


 



군중 속에는 '디미니셔(Diminisher)'와 '일루미네이터(Illuminator)'가 있다. ... 반면 일루미네이터는 다른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둔다. 이들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기술을 따로 훈련받았거나 스스로 깨우친 사람들이다. 상대방에게서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그리고 상대방에게 언제 어떻게 질문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관심의 빛을 다른 사람들에게 비추어 그들이 자기 자신을 더 크고 더 깊고 더 존중받는 존재라고 느끼게 한다.
_'01. 한 사람을 진심으로 바라보는 일' 26쪽


ㄴ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일루미네이터'의 개념을 소개하는 문장. 결국 일루미네이터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첫 챕터에서 이 문장을 읽고,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당신이 상대방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다가간다면, 그 사람은 풀어야 하고 또 얼마든지 풀릴 수 있는 퍼즐이 아니라 결코 모든 것을 다 알아낼 수 없는 수수께끼임을 당신은 알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당신은 그 사람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고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것이다. 이때 눈빛으로 건네지는 선물은 바로 존중이다.
_'03. 다른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나를 결정한다' 55쪽
러시아의 위대한 소설가 톨스토이는 썼다.
"...모든 사람은 모든 성품으로 성장할 싹을 가지고 있다. 그런 싹을 언제는 하나만 드러내고 언제는 두 개 드러낸다. 어떤 사람이 어떤 때는 전혀 그 사람 같지 않을 때가 자주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동일한 사람이다.
_'03. 다른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나를 결정한다' 61쪽


ㄴ잘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할수록 그를 가볍게 대하거나 실수할 수 있다. 그런 교만함을 가질 바에는. 시간을 들이며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노력을 계속하며. 호기심을 갖고 풀고 싶은 수수께끼처럼 대하는 게 낫지 않을까. 겸손과 존중의 마음을 담아.



트라우마로 영구 손상을 입은 사람은 이미 일어난 일을 자기가 가진 심리 모델에 동화시키려고 한다. 반면 성장하는 사람은 새로운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 이미 일어난 일을 수용하려고 한다. 동화시키는 사람은 뇌암을 이겨냈으니 앞으로도 건강하게 살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에 수용하는 사람은, 그 일이 자기를 바꾸어놓았다고, 즉 자기는 이제 암 생존자라는 새로운 지위를 얻었다고 말한다. 이런 변화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방식까지 바꾸어놓을 것이다.
_'12. 고통이 지나간 삶의 의미' 231쪽
'긍정적인 방식으로 반대(positive opposite)'하라. 자녀가 멈추기를 바라는 행동이 아니라 자녀가 하기를 바라는 행동을 요구해라.
_'13. 상대방의 에너지를 읽는 법' 263쪽
10대 청소년은 대인관계 의식에 깊이 빠져서 '나는 곧 나의 우정이다.'라고 믿지만, 시간이 지난 뒤에는 '나는 곧 나의 우정이 아니다. 나는 우정을 지닌 사람이다.'라고 깨닫는다. 이는 우정이 갑자기 중요하지 않게 된 것이 아니라, 한때 궁극적이던 것이 상대적인 것으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나는 우정을 소중히 여기지만, 나의 존재는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지 저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지에 따라서 좌우되지 않는다.'라는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_'14. 모든 사람은 각자의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293쪽


ㄴ 그야말로 인식의 변화를 담은 내용들. 이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하는 감탄과 동시에, 이렇게 되고 싶다는 마음도 생겨난 문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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